[문화] “물의 힘으로 일군 6000년 인류 문명…기후변화로 붕괴”

본문

『노동의 종말』 쓴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경고

17259816601107.jpg

“상상해 보세요. 지구의 80억 인구가 어느 날 깨어났는데 우리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살고 있는 행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이게 지금 기후변화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인류는 전례 없는 지구의 모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3차 산업혁명』 등의 저서로 널리 알려진 제러미 리프킨(79)의 말이다. 9일 밤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난 그는 신간 『플래닛 아쿠아』(민음사·사진)의 제목처럼 “우리는 대지가 아니라 ‘물의 행성’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온도가 섭씨 1도 올라갈 때마다 대기가 흡수하는 강수량이 7% 늘어난다”며 겨울의 폭설, 봄의 홍수, 여름의 가뭄과 폭염, 산불과 태풍 등 갈수록 빈도·강도가 커지는 기상이변을 수문 순환과 연관지었다. 리프킨은 “수력 문명을 건축하고 이어가는 6000년 동안 인류는 지구의 물을 격리·저장·사유화·상품화할 수 있다고 믿어 왔다”며 이를 “인류의 오만함”이라고 비판했다.

17259816602463.jpg

신간은 이런 수력 문명과 수력 인프라가 기후변화에 직면해 붕괴하고, 수권 등 지구가 재야생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리프킨은 수권·암석권·대기권·생물권 등 지구의 4대 권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권”이라며 “생명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리 받은 서면 질문에 답하며 그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느려지고 있다고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제가 『엔트로피』를 쓴 1980년대에는 태양열로 1W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이 70달러였는데 지금은 40센트”라며 “태양열·풍력발전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했고, 한계 비용도 없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선 다량의 냉각수가 필요한 점을 지적하며 “전력의 68%를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프랑스에선 기후변화로 호수 등 물의 온도가 높아져 원전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간은 기후 난민을 비롯해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이동과 신유목 시대의 도래를 전망한다. ‘임시 도시’와 ‘3D 프린팅 건축’ 등과 함께 ‘기후 여권’의 발급도 제안한다.

비관적인 전망의 와중에 그는 인류의 적응력, 공감 능력의 확장을 낙관의 근거로 강조했다. 화상 간담회에서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조직한 ‘기후 시위’ 참가자들과 만난 일을 언급하며, Z세대를 “자신을 멸종 위기에 처한 종으로 보면서, 동물들을 일종의 가족으로 여기는 첫 세대”라고 말했다.

종종 경제·사회사상가나 미래학자 등으로 소개되는 그는 스스로를 ‘활동가(activist)’로 표현했다. 간담회에서 중동 산유국의 금수조치로 제1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3년 얘기를 꺼냈다. 당시 ‘보스턴 차 사건’ 200주년을 맞아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로 차 대신 빈 석유통을 내던진 일을 돌이키며, “그게 제 활동의 시작”이라고 했다.

리프킨은 “현재 인류는 역사상 가장 큰 위기에 처해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가장 큰 기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인프라, 거버넌스, 경제적 모델 등 인간 삶의 모든 부분에 “새로운 서사,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면서다. 그는 한국을 “내가 사랑하는 나라”라고 불렀다. 1945년 이후 한국의 놀라운 변화를 언급하며, 한국이 이런 움직임에 나설 것도 기대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9,659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