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다 이뤘다, 남은 건 우승 반지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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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대구 두산전에서 개인 통산 400호 홈런을 때려낸 박병호. 올 시즌 주전에서 밀려 은퇴 위기까지 몰렸지만, KT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뒤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뉴시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강타자 박병호(38)는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립 상태였다. 지난해까지 KT 위즈 주전 1루수로 활약했지만, 올 시즌에는 후배 문상철(33)에게 자리를 내주면서 주로 벤치를 지키는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그러자 야구계에는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KT가 트레이드를 알아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박병호가 방출을 자청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박병호의 거취는 모두의 관심사였다. 결국 박병호는 지난 5월 28일 동갑내기 내야수 오재일(38)과 전격 맞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박병호의 타격은 삼성으로 이적한 뒤에도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날씨가 더워지면서 그의 방망이는 달아올랐다. 8월 한 달 동안 23경기에 나와 타율 0.270에 7홈런 24타점 20득점으로 활약하더니 9월 첫 3경기에서도 잇달아 홈런을 터뜨리면서 거포 본능을 되찾았다. 박병호는 특히 지난 4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2회 말 우중월 2점 홈런을 때려내 개인 통산 400호 홈런 고지에 올랐다.

박병호는 10일 통화에서 “2005년 처음 입단할 당시 400홈런은 쳐다보지도 못했던 기록이다. 올 시즌을 380홈런으로 시작해서 이왕이면 올해 안에 400홈런 기록을 달성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다. 이제 기록과 관련한 개인적인 목표는 모두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어 후련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400홈런은 프로야구 역사상 단 3명만 작성한 흔치 않은 기록이다. 두산을 지휘하고 있는 이승엽(48) 감독이 지난 2015년 처음 400개 홈런을 돌파했고, 2021년 SSG 랜더스 3루수 최정(37)이 두번째로 400홈런 고지에 올랐다. 통산 홈런 467개를 때려낸 이 감독은 2017년 은퇴했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최정은 10일까지 통산 491개를 기록 중이다. 이들을 쫓아가는 입장인 박병호는 “상징적인 홈런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면서 “당장 이승엽 감독님의 기록을 넘겠다는 생각은 없다. 내년 시즌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아닌가. 일단은 400홈런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했다.

당면 목표를 달성한 박병호의 눈은 이제 가을야구, 특히 한국시리즈로 향한다. 2005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해 넥센 히어로즈와 KT, 삼성을 거치며 20년째 현역으로 뛰고 있는 박병호지만,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지 못했다. 박병호는 “모두가 같은 생각이 들지 않겠나. 우승 없이 커리어를 끝내고 싶은 선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병호는 이어 요즘 삼성의 벤치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기 때문에 가을야구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5월 트레이드 이후 새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박병호는 “이적하고 보니 고참 강민호(39) 형과 주장 구자욱(31)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더라. 마운드도 어린 투수들이 선배들을 잘 따라오면서 탄탄한 전력이 유지되고 있다. 화목한 벤치 분위기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 시즌 대구 홈 경기가 열릴 때마다 관중석이 가득 찬 경우가 많았다. 삼성 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팬들을 위해서라도 꼭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2위 수성이다. 이를 위해선 11일부터 시작되는 원정 7연전이 중요하다. 추석 연휴 기간 2위를 확정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을야구를 준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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