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건 우리 독자기술인가요?"…이재용, 현장 찾아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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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의 독자기술인가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일 삼성전자 생활가전 사업부 경영진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가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해당 사업부의 ‘초격차 리더십’을 위한 로드맵을 점검하는 자리에서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치열한 경쟁으로 가전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AI 가전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이 회장의 현장 방문은 격려의 의미도 있지만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하라는 경고도 담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9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디지털시티 해당 사업부를 찾아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들과 오찬을 한 뒤 90분가량 AI 기반 제품과 기술이 전시된 공간을 둘러보고 전략 제품별 기술 개발 로드맵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는 한 부회장을 포함,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 참석한 임원진 10여 명이 귀국하자마자 보고를 준비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제품 설명 등을 들으며 “이건 우리의 독자기술인가” “우리가 얼마나 앞서 있나” “이 기술을 개발하는 모멘텀이 무엇인가” 등을 질문했다고 한다. 특히 이 회장은 경영진에게 IFA에 참여한 소감을 물으면서 중국 가전업체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날카롭게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방문은 IFA 전에 정해진 일정이었으나, 시점이 시점이니만큼 삼성의 AI 가전 전략 외에도 분야별 경쟁사 현황, 지역별 주요 업체 현황 등도 보고받았다고 한다.

이날 일정은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소개되며 외부에도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이날 방문에 대해 “중국과 아예 무관치 않겠지만 좀 더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조하는 차원”이라며 “이 회장이 사업 분야별 현황을 점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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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파리 올림픽 출장을 마친 후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 회장이 올해 수원의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조직이 모인 수원은 AI 가전 개발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 3월 이 회장은 TV 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를 찾은 자리에서 동그란 공 모양의 AI 반려 로봇 ‘볼리’ 시연을 본 뒤 “갤럭시 웨어러블 제품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달라. 독거노인을 위한 기능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등 구체적 주문을 하기도 했다.

볼리는 2020년 소비자가전쇼 ‘CES’에서 처음 소개됐고 올해 1월 CES에서 다시 개선된 형태로 등장한 가정용 AI 로봇이다. 집안에서 사람을 따라다니며 요구 사항을 수행해 ‘홈집사’로 불리며,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츠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AI 기반 스마트 가전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8.4%씩 성장, 636억3000만 달러(약 8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가성비 넘어 AI 입은 中 가전의 추격  

이 회장의 행보는 최근 중국 업체 급부상 속 가전 업계 전반에 퍼진 위기 의식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올해를 AI 가전 원년으로 삼고 ‘AI 가전=삼성’ 굳히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이 매서운 상황이다. 중국 기업들은 과거에 한국 가전을 카피한 ‘가성비’ 제품을 주로 내놨지만, 최근엔 기술력을 앞세운 첨단 제품을 속속 내놓으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로보락은 AI를 강화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최근 3년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스웨덴 등 북유럽과 독일·싱가포르 등에서도 인기를 끌며 지난해엔 글로벌 시장 1위에도 올랐다.

IFA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기세는 화제가 됐다. 중국에선 한국(127개)보다 10배 많은 1300여개 기업이 올해 IFA에 참여했고, 특히 하이센스·하이얼·미디어·TCL 등 주요 브랜드는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첨단기술이 반영된 신제품을 자랑했다. 중국 제품의 수준이 아직은 한국 가전보다는 한 수 아래라는 평가가 많지만, 기술 격차가 줄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LG전자 조주완 사장은 지난 6일 IFA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TCL과 하이센스를 보니 상당히 많이 따라왔다”라며 “중국은 이제 폄하가 아닌 무서워해야 할 대상”이라고까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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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 삼성전자 전시관을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독일법인장 김만영 부사장, 프란치스카 기페이 베를린 상원의원, 올라프 숄츠 총리, 삼성전자 대표이사 한종희 부회장,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용석우 사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은 독자적인 기술로 보안을 강화해 중국 제품과 차별화하고 AI 가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종희 부회장은 7일 IFA 기자간담회에서 “연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보안이 최우선이고 그 부분에 역점을 두고 있다”라며 “(이재용 회장이)차별화된 제품, 소비자가 알아주고 인정하는 제품 만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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