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추석 때도 ‘짠물 소비’ 이어진다…3만원대 선물세트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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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가성비 찾는 명절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8년째 정육점을 운영 중인 오준호(41)씨는 추석이 코앞이지만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 추석 선물세트 주문량이 작년보다 30%가량 줄어서다. 개인의 경우 주문량 자체가 감소했고, 기업의 경우 한우 부위는 좋은 걸 유지하는 대신 수량을 적게 하는 식으로 주문 금액을 조정한다고 했다. 오씨는 “예전엔 제일 잘 나가는 게 20만~30만원 선물세트였지만 이젠 15만~20만 원대가 인기”라고 덧붙였다.

#은행원인 김모(33·경기 고양시)씨는 입사한 후 매년 지인들에게 돌리는 명절 선물 가격대를 낮췄다. 김씨는 “작년만 해도 술이나 과일 종류로 3만~4만 원대 선물을 했는데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 2만원 후반~3만 원대로 낮췄다”며 “들어오는 선물도 가격대가 떨어져서 ‘다들 힘들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모처럼 장기간의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고물가·고금리에 명절 선물 인심은 팍팍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과거보다 용량과 가격대를 낮춘 ‘가성비’ 선물 세트가 인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는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8월 1일~9월 6일) 기간 누적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5% 증가했지만 초가성비로 손꼽히는 3만원 미만 가격대의 선물세트 매출이 50%가량 급증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성비 선호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소비자 니즈에 맞춰 중저가형 상품 물량을 대폭 늘렸다고 했다. 지난 추석과 비교해 3만원 이하의 과일 가성비 선물세트 품목을 30% 이상 늘리고, 준비 물량도 20%가량 확대했다. 축산 선물세트 역시 10만원 미만 가성비 선물세트 물량을 약 40% 늘렸다.

G마켓에서도 지난해보다 저가형 제품의 매출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1만원 이하 식용유 선물세트는 지난해와 비교해 60% 늘었으며 양말(12%)·약과(25%)·치약(31%) 세트 등의 판매가 증가했다. 2만원 이하에서는 김 선물세트가 120% 증가했으며 참치 등 통조림은 90%, 세제 세트는 140%나 판매량이 늘어났다.

명절을 앞두고 ‘짠물 소비’가 이어지는 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월 경제동향’에서 “수출 호조에도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의 내수 부진 진단은 2023년 12월부터 10개월째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가구 흑자액(전국·1인 이상·실질)은 월평균 100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만8000원(1.7%) 감소했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비용·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가계가 매달 남기는 여윳돈을 의미한다. 이자비용 상승 등으로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고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건 기업도 마찬가지다. 커리어 플랫폼 사람인이 470개사를 대상으로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을 설문한 결과 응답 기업의 47.7%가 ‘지급한다’고 답했다. 기업 2곳 중 1곳만 상여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지난 2012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로는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서’(40.7%)가 가장 많이 꼽혔고, ‘사정상 지급 여력이 없어서’(28.0%)가 뒤를 이었다. 사람인은 “상여금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선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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