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식물인간 된 딸 둔 母 "딸 잘못되면 가해자 형량 높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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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동창생의 폭행으로 식물인간이 된 피해자 B씨. 사진 보배드림 캡처

중학교 동창생을 폭행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트린 20대의 항소심 공판에서 피해자의 부모가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렸다.

11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양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A씨(20)의 중상해 혐의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A씨는 지난해 2월 6일 중학교 동창 여럿과 함께 부산으로 놀러가 한 숙박업소에서 동창인 B씨를 폭행하고 내던져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이 폭행으로 뇌사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으나,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면서 항소했다.

이날 공판에서 증인석에 앉은 피해자 B씨(20)의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있는 딸을 떠올리며 오열했다.

어머니는 "제가 아닌 딸이 이 자리에 있어야 했는데, 저희 딸은 지금도 깨어나지 못하고 사지 마비 식물인간이 된 상태로 누워 있다"며 "주변에서는 '이제 좋은 곳에 가서 힘껏 뛰어다니게 해주라'며 딸을 보내주라고 하지만, 저는 절대 그렇게 딸을 보낼 수 없다"고 울먹였다.

이어 "제 딸이 잘못되면 가해자는 살인자가 돼 지금보다 더 높은 형량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저는 오늘 제가 죽더라도 하루라도 더 살아있는 딸의 얼굴을 보고 싶다"면서 눈물을 쏟았다.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 재판부는 "혹시 피해자 아버님께서도 하실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B씨의 아버지는 "저는 20년 만에 다시 기저귀를 찬 제 딸 옆에서 매일 한 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인공호흡기 모니터를 바라본다"며 "아무리 바라봐도 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딸이 행여나 들을까 봐 귀에 계속 '사랑한다' '버텨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지난 1년 6개월간 가슴이 찢어지고 목메게 눈물을 흘렸지만, 딸아이가 겪고 있는 더 큰 고통에 누구에게도 이러한 일을 말하지 못했다"며 "밤마다 딸아이의 장례를 치르는 꿈을 꾸며 울부짖다가 잠에서 깨 펑펑 울며 밤을 지새운 아비의 고통을 피고인에 대한 엄벌로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검찰, 더 무거운 처벌 위해 공소장 변경 검토 

한편 검찰은 이날 "공소장 변경에 대한 피해자 측 변호인의 의견이 있어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앞서 피고인의 혐의를 중상해가 아닌 '살인미수' 또는 '상습 특수중상해'로 변경해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은 구형 전까지 피해자 부모에게 사과 한 번 하지 않았고, 주변에 '1∼2년만 살고 나오면 된다', '아버지가 변호사 써서 도와줄 것이다'라고 떠벌렸다"며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때와 법정구속 이후의 태도가 달라졌다면 감형을 위한 양형 인자 중 하나인 '반성하는 태도'를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의 다음 재판은 10월 1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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