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이랑GO] 고통 받던 '갈비뼈 사자' 바람이, 지금은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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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에는 국내 1호 거점동물원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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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내 1호 거점동물원인 청주동물원을 찾았다.

국내 1호 거점동물원 ‘청주동물원’에 가다   

사전적 의미의 동물원(動物園)은 각지의 동물을 관람할 수 있도록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놓은 장소다. 즉, 주변에서 보기 힘든 동물을 모아 사람을 위해 조성한 전시장이다. 국내에선 1909년 창경원동물원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동물원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환경 파괴 등으로 인한 멸종위기 동물 증가와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동물원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관점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동물원이 생물다양성과 종의 보존을 위한 거점으로 의미를 갖게 된 것. 소중 학생기자단이 국내 제1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된 청주동물원을 찾아 변화한 동물원의 역할을 알아봤다.

2023년 6월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수사자 바람이의 모습이 각종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2004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난 바람이는 2016년부터 7년 동안 경남 김해 부경동물원의 가로 14m, 세로 6m의 좁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지냈다. 무리 생활을 하고, 초원을 달리면서 지내는 사자에게는 감옥과도 같았다. 바람이의 사연은 2018년 담당직원의 관리 소홀로 대전 오월드 사육장을 탈출해 사살된 퓨마 뽀롱이에 이어 사람들에게 동물원의 운영 실태와 역할에 대한 많은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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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이 땅을 파거나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는 오소리의 습성을 반영해 청주동물원에서 오소리 사육장의 구조를 바꾸는 현장을 살폈다.

바람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동물은 한두 마리가 아니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2019년 발간한 ‘공영동물원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공영동물원 10개소 중 최소 6개소에서 외관상 상처·부상이 있거나 질병이 의심되는 동물이 있었다. 의미 없는 정형행동을 반복하거나, 침울함을 보이는 동물은 10개소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청금강앵무는 8개의 동물원에서 보유 중이었는데, 무려 5개의 동물원에서 털을 뜯는 자해행동을 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동물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다 보니 나타난 증상이다.

다행히 바람이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에 있는 청주랜드동물원(이하 청주동물원)이 부경동물원과 협의하면서, 비좁은 우리를 벗어나 270여㎞ 떨어진 청주동물원으로 이사했다. 1997년 개원한 청주동물원은 청주시 산하 청주랜드 관리사업소가 관리하는 공영동물원이다. 새 보금자리는 넓이가 1650㎡로 기존 우리보다 20배가량 넓으며, 흙을 밟거나 나무 구조물에 올라 간단한 놀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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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바위와 비탈에서 뛰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히말라야 타알의 특성을 고려한 환경에서 생활 중인 청주동물원의 히말라야 타알.

2024년 5월 환경부는 바람이를 비롯해 총 69종의 296마리가 살고 있는 청주동물원을 제1호 거점동물원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청주동물원은 눈에 띄는 점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사육장마다 동물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예를 들어 수달이 사는 곳에는 수달 대신 오후 2시를 가리키는 시계와 안내판이 있었다. 수달은 야행성 동물이라 오후 2시가 넘어야 활동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관람객을 위한 전시보다는 수달의 본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두 번째로, 기린·하마·코끼리 등 동물원 하면 생각나는 대형 동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 동물들은 우리나라 토종동물이 아니라 외래종이다. 외래종보다는 토종동물과 보살핌이 필요한 야생동물을 돌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청주동물원에는 이러한 동물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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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용 동물에 초점을 맞춘 일반적인 동물원과 달리, 청주동물원은 부상을 입어 당분간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든 동물도 보호한다.

청주동물원에는 ‘이곳은 야생동물센터에서 구조됐으나, 영구장애로 야생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동물을 보호하고 있는 장소입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린 사육장이 있다. 바로 울산광역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구조된 참매 매르씨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매르씨는 울산에서 유리창 충돌로 다쳤는데, 부상 때문에 야생에 방생할 수가 없어 청주동물원에 왔다. 그곳엔 계속 새로운 동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매르씨가 계속 머물 수는 없었다. 갈 곳이 없으면 안락사될 수밖에 없다.

참매는 한국·일본·유럽·북아메리카·시베리아·중국 동북지방에서 분포하는 수리목 수리과의 새다. 한국의 천연기념물이지만, 도심에서 유리창이나 차량에 부딪혀 부상을 입거나 죽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매르씨가 구조된 울산에서는 지난 5년간 참매 21마리가 구조됐는데, 이들 중 20마리는 유리창이나 차량에 충돌해서 다친 상태였다. 유리창 충돌방지 가이드를 부착하면 도심지 새들이 조금 더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지만, 그런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부리가 비뚤어진 독수리 하나도 청주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다. 하나는 2017년 겨울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했는데, 당시 굶주려 탈진한 상태였다. 독수리는 겨울마다 한반도에 찾아오는 겨울 철새인데, 한국에 오는 독수리들은 대부분 몽골에서 번식한 뒤 찾아오는 1~2년생 어린 새들이 많다. 아직 생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먹잇감이 부족한 추운 겨울에는 기아와 탈진으로 조난당하기도 한다. 특히 하나는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비뚤어진 부리 때문에 먹이 경쟁에서 밀렸을 가능성이 높다. 즉, 야생에서 살아남을 능력이 모자라 안락사를 당해야 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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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의 물새장 탐조 전망대.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전망대에 있는 쌍안경으로 새들을 관찰한다.

때마침 당시 청주동물원에서는 훈련을 거쳐 야생으로 돌아갈 만큼 건강을 회복한 독수리가 있었고, 그 독수리를 자연으로 방사한 대신 하나를 청주동물원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야생에서 다시 낙오될 가능성이 높은 하나는 안락사 대신 동물원에서 보호받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사회성이 높고 행동 범위도 넓은 동물들을 좁은 우리에 가둬놓으면 정형행동이나 우울증 등 이상반응을 보이게 된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이를 간접 체험하러 사육장에 들어가 봤다. 과거 스라소니가 살던 사육장을 관람객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한 공간이다. 사육장 안에 들어서자 빽빽이 들어선 철장이 시야를 가리는 등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동물을 관람객을 위한 전시보다는 복지의 개념으로 보호하는 청주동물원의 행보는 국내 거점동물원 1호로 지정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거점동물원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함에 따라 새로 도입된 제도다. 사회적 인식 변화로 동물원 전시동물의 서식환경과 이들에 대한 교육·연구의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모범 동물원으로서 해당 권역 내 동물원 관리·지원 상담, 공동 연구 및 전문 교육 등 수행하는 거점동물원이 필요해진 것이다.

5년 단위로 활동기한을 정해 지정하는 거점동물원은 동물원수족관법에서 명시한 시설 및 인력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시설 요건에는 면적 1만㎡ 이상, 동물병원, 교육시설, 연구 및 방사훈련 시설, 검역 및 수의장비가 포함된다. 인력 요건에는 운영·관리 5명 이상, 사육·복지 8명 이상, 시설·조경 2명 이상, 수의 4명 이상이 포함된다. 환경부는 청주동물원이 해당 시설 요건과 인력 요건을 모두 충족할 뿐만 아니라, 그간 보여준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 야생동물 관리 경험, 향후 추진 의지 등을 고려해 중부권(강원·충청) 거점동물원의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향후 수도권, 호남·제주권, 영남권의 거점동물원도 지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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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물, 원’의 한 장면. 박람이는 평생 좁은 호랑이사에서 갇혀 지내다 하늘나라로 갔다. 박람이의 사연은 청주동물원이 호랑이사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시네마달

앞서 환경부는 거점동물원의 역할로 권역 내 동물원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홍보, 동물질병 및 안전관리 지원, 동물 종 보전·증식 과정 운영 등을 밝힌 바 있다. 그중에서도 주된 활동은 권역 내 동물원과 동물원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홍보가 될 예정이다. 청주동물원이 속한 중부권에서 영세하거나 동물 관리 능력 향상이 필요한 다른 동물원을 대상으로 동물 관리나 시설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다. 또 앞서 살펴본 것처럼 청주동물원은 현재 부상을 입은 여러 종류의 동물을 보호 중이다. 관람객에게 이 동물들이 다친 이유와, 이들과 안전하게 공존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에 대한 대국민 홍보 역할도 할 예정이다.

동물질병 및 안전관리 지원도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다. 영세한 동물원 중에는 동물을 위한 의료 인력과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도 많다. 청주동물원은 그간의 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를 이들과 공유하고, 필요하다면 인력도 지원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동물원은 여러 종류의 동물이 생활하고, 사람도 오가는 공간이라 조류 독감이나 인수공통감염병이 퍼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필요한 가이드라인 등을 공유하는 것이다. 또 퓨마 뽀롱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동물이 동물원에서 탈출하지 않고 머물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하는 사항 등도 다른 동물원과 공유할 예정이다. 이외에 권역 내에서 동물 종 보전·증식이 필요한 경우 공익사업 참여 차원에서 청주동물원이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권역 내에 위치한 소백산에 여우를 방사하는 프로젝트라면 청주동물원이 참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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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갈비뼈가 드러난 앙상한 몸 때문에 ‘갈비뼈 사자’로 불리던 바람이. 지금은 건강을 회복해서 야외방사장에서 동료 도도와 함께 잘 지낸다.

'갈비뼈 사자'로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던 바람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바람이의 근황을 확인하려면 야외방사장으로 가야 한다. 때마침 바람이가 황금빛 갈기를 휘날리며 바람을 쐬고 있었다. 2023년 7월 청주동물원에 왔을 당시 바람이는 많이 말라서 갈비뼈가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2004년생의 노령이라 관절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청주동물원 동물복지사들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많이 회복했다.

바람이가 처음에 청주동물원에 왔을 때는 사육장 내 연못에 내려가는 것도 무서워했다. 지금은 야외방사장 내에서 운동도 많이 해서 근육이 붙은 상태다. 야생의 사자는 평균 14~15년을 사는데, 바람이는 지금 스무 살이다. 아직도 관절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외관상으로는 노령의 사자로 느껴지지 않는다.

바람이 옆에는 2013년생 암사자 도도가 쉬고 있었다. 원래 서울대공원에 있던 친구인데, 사회성이 떨어지는 성격 탓에 청주동물원으로 오게 됐다. 지금은 바람이와 친해져서 잘 지내고 있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간한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수는 동물원이 앞으로 변화해야 하는 방향을 묻는 질문에 ‘야생에서 살 수 없는 동물들의 보호소 역할(53.2%)’, ‘야생동물 보전 연구, 서식지 보호 기관 역할(51.2%)’을 1·2순위로 택했다. 일상에서 보기 힘든 신기한 동물을 구경하는 공간으로 여겨지던 동물원에 대한 인식이 변한 것이다. 앞으로 동물원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또 거점동물원은 국내 동물원 환경의 상향평준화에 기여하는 제도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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