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부겸 "이재명, 대선 본다면 '다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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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부겸(66) 전 국무총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한 후 침묵을 지켜왔던 그는 최근 광화문에 싱크탱크 성격의 '생활정치연구소' 사무실을 차린 것을 시작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11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 전 총리는 “정치 상황이 엉망이다. 국민이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는 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총선 결과가 민심이다. 싸우려 들면 안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큰 꿈을 꾼다면 더 유연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총선 후 어떻게 지냈나
정치권과 거리를 둔 채 시간을 보냈다.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정치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면서 '당신은 명색이 총리까지 하고 국가로부터 혜택을 입었는데, 보고만 있으면 되냐'고 하시더라. 이런 우려를 대변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우려인가
여권에 대해서는 '총선 참패에도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는 고집불통'이라며 화가 나 있다. 야당에 대해서도 '그 정도 의석을 가졌으면 정치를 유연하게 해야지'라는 반응이 많다. 지금 야당은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은 거부하는 사이클이 무한반복이다. 남은 2년 반도 이렇게 가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뭐가 문제인가.
대통령으로서 뭔가 하려면 의회의 협조를 얻어야 하고, 다수 의석의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없다. 윤 대통령이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집 센 건 알겠다. 하지만 대통령은 자기 힘을 과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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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의정갈등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대통령 국정브리핑을 보니 상황을 모르는 것 같다.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여·야·의·정 협상 테이블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아무리 짜증을 내도 제대로 전달하고, 소통하게 해야 한다.
민주당의 지지율도 여당과 별 차이가 없다.
국민이 민주당을 1당으로 만들었을 때는 기대가 있었다. 독선과 아집에 빠진 윤석열 정부와 밀고 당기며 어떻게든 성과를 내보라는 기대다. 그런데 민주당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 외엔 못하고 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성 지지층은 다른 의견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는다. 민주당이나 국민이 신봉해 온 민주주의가 아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져 온 가치와 모습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도 팬덤이 강했다.
그때는 ‘너무 열성적이다’ 정도였는데 지금은 다른 목소리를 내면 집단 린치를 한다. 그러니 국민 사이에서도 반감이 생기는 거다.  
이재명 대표의 ‘일극 체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을 장악했지만, 30%가량은 비주류의 몫으로 남겨뒀다. 이 대표가 대선을 본다면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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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로 당내 논쟁이 치열하다.
건강한 논쟁이다. 다만 금투세는 아직 준비가 부족해 유예가 맞다. 문재인 정부 때도 부동산 정책이 방향은 맞았지만, 설익은 채로 내놨다가 국민들이 기대를 거뒀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당내에선 '계엄론' 의혹도 나온다.
그러면 안 된다. 170석이나 가진 정당이 꺼낼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인 김부겸에 대해 '사람은 좋은데 세력이 없다'는 평이 많다. 비주류 이미지도 강하다.
눈치가 좀 부족하다는 거겠지. 1990년대 후반에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 참여하지 않아 고생도 했다. 그때 노무현 전 대통령 등과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고깃집도 했다.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뜻이다. 지금은 쓸모가 없지만, 언젠가 쓰임새가 있을 거라 믿고 서로 독려했다. 명분은 놓지 않았다.
이 대표의 10월 사법리스크 이후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그렇게 근시안적으로 정치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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