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원석 퇴임사 "검찰 악마화 심화…지구 멸망해도 정의 세워야"

본문

17261975742078.jpg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퇴임식을 갖고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서 2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대검찰청 별관 4층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는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총장은 퇴임사에서 “한쪽에서는 검찰 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은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 수사라 손가락질한다”며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여러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해 해결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가히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고 토로했다.

이 총장은 김건희 여사 사건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 등 검찰 현안 수사를 두고 여야 진영에 따라 극과극의 상반된 비난을 쏟아내는 정치권을 겨냥한 작심발언도 했다. 그는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하여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옳고 그름이 아니라 오로지 유불리에 따라서만 험한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2년 임기 동안의 소회를 밝히면서다.

이어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하였다”며 “아쉽고 부족한 것은 모두 제 지혜와 성의가 모자란 탓”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17261975743423.jpg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장은 임기 중 성과로 ‘민생범죄’ 대응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극복, 각종 합동수사단 출범 등을 꼽았다. 그는 “검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 신체, 안전, 재산과 같은 기본적 권리를 범죄로부터 지켜내는 것이다. ‘민생범죄’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며 “그렇게 해서 증권범죄합수단, 가상자산범죄합수단, 보이스피싱 합수단, 국가재정범죄합수단,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 환경범죄합동 수사팀이 만들었다”고 했다.

이 총장은 이날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하여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하여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며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믿음을 갖고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장은 퇴임사 이후 참석한 검찰 직원들과 악수를 하며 퇴임식을 마무리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대검찰청 차장으로 임명돼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같은 해 9월 16일 제45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공식 임기는 15일 자정에 마친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0,33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