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韓, 연휴 물밑 접촉에도 협의체 불발…“이러다간 모두가 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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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정 협의체’가 추석 연휴에도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2주째 공회전하면서 여권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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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추석 연휴 중 서울 종로소방서를 찾아 대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연휴 기간 의료계 인사를 개별적으로 만나 협의체에 참여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더 위험해진다. 대화 말고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호소했다. 한 대표는 추석 연휴 내내 의과대, 의전원, 의사협회 등 15개 의사 단체 관계자를 만나며 협의체 참여를 설득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의료계 인사들도 의정간 쌓인 불신과는 별개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깊이 걱정하고 있었다”며 “정부와 야당도 더 적극적으로 유연한 입장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소방서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대로 가면 모두가 지게 될 것”이라며 “협의체 참여에 조건을 걸지 않겠다”고 했다.

협의체 출범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 대표는 전공의 설득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지난 13일 전공의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를 두고서 “사법대응에 신중해 줄 것을 다시 요청한다”고 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사직 전공의 중에서 30%가량은 이미 일선 병원에 취업했고, 전공의 입장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대한전공의협의회뿐만 아니라 한 대표가 개별 전공의도 비공개로 만나 응급실 블랙리스트에 대한 불안부터 의료 개혁의 방향, 복귀 의사까지 듣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블랙리스트에 낙인 찍힌 피해 의사의 사례도 접수하고, 이들을 보호할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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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8일 페이스북에 “한 번 비공개 만남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한동훈 당 대표와 소통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당의 중재 노력에도 정부와 의료계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열어 “의대 정원과 개혁 과제 내용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정부는 얼마든지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의료계는 지난 13일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며 “정부가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 민주당은 “협의체를 두고 오락가락하던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행태를 모든 국민이 지켜봤다”(조승래 수석대변인), “국민은 의료 공백 공포 속에 연휴 기간 전전긍긍했다”(강유정 원내대변인)고 지적했다.

그 사이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0%, 국민의힘 지지도는 28%로 둘다 윤석열 정부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기화된 의정 갈등이 여권 지지율에서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실과 의사 양쪽 눈치만 보다가 늦었다”며 “정부가 (의료계에) 굴복하면 허수아비, 식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의 중재 시도에 대해 “앉아서 언론에 말 한마디 툭툭 던지는 게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18일 채널A 유튜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의료공백은 가짜뉴스’ 등의 강경 발언을 두고 “산통을 깼다고 해야 하나”라며 “정권의 명운이 걸린 사안인데 하루 사이에 (대통령실)사회수석과 총리 이야기가 다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지지율이 비상상황”이라며 “국민의 인내심도 한계점을 향해 가는 것 아닌가.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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