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상급종합병원, 3년간 10조원 투자해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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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년간 20조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을 중증ㆍ응급ㆍ희귀질환 위주로 진료하는 ‘중환자 중심 병원’으로 전환한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진료 비중을 현행 50%에서 70%로 끌어올리고, 전공의의 과도한 근로에 의존하던 관행을 개선하고 전공의에 제대로 된 수련 기회를 준다는 계획이다.

정부 의료개혁추진단은 27일 이러한 내용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논의를 거쳐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달 2일부터 12월 말 이후까지 의료기관의 신청을 받은 뒤 내년 1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참여 의료기관이 계획대로 구조전환에 성공하면 수가와 인센티브(성과금)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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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상민 중대본 제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서울상황센터에서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등을 포함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5년간 20조원의 재정을 투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먼저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기능에 적합한 환자 진료에 집중하도록 바꿔나간다. 중증 진료 비중을 7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다만 병원별로 현재 중증 환자 비중이 다른 점을 고려해 70%를 목표로 두고 중증 비중이 낮은 병원은 70%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중증 환자 비중을 일정수준 이상 끌어올리면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처음으로 ‘상급종합병원 적합질환’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기로 했다. 현재도 ‘중증환자 분류체계’가 있지만  뇌졸중 등 중증ㆍ응급 환자가 중증에서 빠져있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으로는 고령ㆍ복합질환으로 지역 2차 병원에서 의뢰한 환자, 중증 응급 상태로 판단돼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환자, 중증 소아환자 등도 중증 환자로 본다. 향후 중증환자 분류체계의 기준을 질병 종류에서 연령, 기저질환 등 환자의 상태를 반영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 병원 간 협력을 강화한다. 그간 상급종합병원과 2차 병원은 같은 환자군을 두고 경쟁을 하곤 했다. 정부는 이런 관계를 협력관계로 바꾸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진료협력병원과 진료 협력을 강화할수록 지원을 더 해줄 계획이다. 권역의 진료협력 병원 사이에 의사의 전문적 소견을 바탕으로 진료 기록 등 환자 정보를 공유하며 패스트트랙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문의뢰제’를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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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또 상급종합병원이 병상 규모와 진료량 확장에 집중하지 않도록 일반 병상은 줄이고 중환자 병상을 확대한다. 서울의 1500병상 이상 병원은 15%, 그 외 수도권 병원은 10%, 비수도권 병원은 5% 감축할 계획이다. 중환자실, 격리병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은 감축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렇게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전체적인 진료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전문의와 간호사 등 의료진 인력은 현재 규모 그대로 유지하게 할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숙련된 인력 중심으로 운영하고, 현재 수련생보다는 근로자 역할을 더 많이 하는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중심으로 운영되면 전공의가 수련 중 경험할 수 있는 환자군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기관 협력 수련의 모델도 마련한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의 방향은 전공의가 수련생으로서 의미 있는 수련을 할 수 있도록 수련환경을 개선하는 데 있다”라며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전공의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며, 다기관 협력 수련의 모델을 통해 전공의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낮춰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을 위해 앞으로 3년간 3조3000억원씩 약 10조원의 건강보험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발표한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 건강보험 투자 계획에 더해 추가 지원하는 금액이다.
인력 투입보다 보상이 낮았던 중환자실 수가를 현행의 50% 수준인 하루 30만원 높이고, 2~4인실 입원료 역시 현행 수가의 50%인 하루 7만5000원 더하는 데 6700억원을 지원한다.
저평가된 중증수술 수가 인상에 3500억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이뤄지는 910개 수술 수가와 수술에 수반되는 마취료를 50% 수준으로 인상한다. 두경부암, 소화기암 등 중증 암 수술과 심장 수술, 뇌혈관 수술 등 어려운 수술, 응급수술 비율이 높고 수술 후에 중환자실 입원 비율이 높은 수술의 수가가 인상된다.

 약 7개월에 이르는 비상진료 운영을 통해 중증ㆍ응급 진료에 효과가 있었던 비상진료 지원 항목은 제도화를 추진한다.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 가산과 응급의료센터 내원 후 24시간 이내 중증ㆍ응급 수술에 대한 가산에 1500억원, 24시간 진료 지원에 7300억원, 전담 전문의의 중환자실과 입원환자 관리료에 3000억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구조전환에 투입하는 지원금 중 30%에 해당하는 연간 1조원을 성과 평가를 거쳐 지원한다. 행위별로 정해진 수가를 주는 현행 방식의 한계에서 벗어나 병상 감축 이행 성과, 적합질환 환자 진료 비중, 진료 협력 실적 등 성과를 달성했을 때 인센티브 형태로 더 많이 보상해주겠다는 것이다. 참여 병원에 대한 지원은 내년 1~12월 실적 평가를 거쳐 2026년부터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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