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김민수의 다이빙 캐치, 고영표의 4회 출격…가을야구 전쟁, 이렇게 처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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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김민수가 24일 수원 롯데전에서 6회 몸을 날려 박승욱의 번트 타구를 잡아내고 있다. 무사 1, 2루 위기를 맞았던 김민수는 이 공을 잡아 삼중살로 연결했다. 사진 KT 위즈

지난 한 주, KT 위즈의 야구는 ‘총력전’ 그 자체였다. 순위표상으로는 계속 5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좀처럼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애간장만 태웠다.

가을야구가 가까워졌다고 평가됐던 KT가 수세로 몰린 배경에는 지난 21~22일 수원 SSG 랜더스전이 있었다. 5위를 놓고 다투던 SSG를 상대로 1승1패만 하더라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예약할 수 있었지만, 주말 2연전을 모두 내주면서 6위로 내려앉고 말았다. 그나마 SSG가 2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4-8로 져 다시 승차 없는 5위가 되기는 했어도 SSG보다 2경기가 적은 KT로선 안심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쫓기는 입장에서 추격자로 처지가 달라진 KT. 가라앉은 벤치 분위기가 다시 바뀐 시점은 24일 수원 롯데 자이언츠전이었다. 투수의 헌신적인 다이빙 캐치 하나로 KT에는 새로이 희망이 싹 텄다.

이날 선발투수 엄상백이 5이닝 5피안타 3탈삼진 1실점을 하고 내려간 6회초. KT는 1-1로 맞선 상황에서 롱릴리프 김민수를 올렸다. 그런데 김민수가 선두타자 전준우와 후속타자 윤동희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무사 1, 2루 위기로 몰렸다.

1점을 내준다면 경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투수의 깜짝 호수비였다. 찬스를 잡은 롯데는 희생번트 작전을 냈는데 박승욱의 번트가 뜨고 말았다. 이때 김민수가 홈쪽으로 몸을 날려 이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낚아챘다. 이미 스타트가 걸린 롯데 주자들은 2루와 1루에서 각각 포스아웃되면서 KT 수비진의 삼중살이 완성됐다.

이 몸을 날린 수비는 경기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KT는 7회 대거 4점을 뽑아 5-1로 이겼다. 마침 SSG는 같은 날 인천 LG 트윈스전에서 5-14로 지면서 1경기 차이의 단독 5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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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영표가 28일 수원 키움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이날 이례적으로 구원 등판한 고영표는 5이닝 1실점 호투로 10-7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사진 KT 위즈

이후에도 KT의 벼랑 끝 야구는 계속됐다. 지난 27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8회까지 6-7로 밀려 패색이 짙었지만, 9회 강백호가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려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12회 1사 1, 3루에서 장성우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기록해 8-7로 이겼다.

KT는 28일 키움전에서도 녹록치 않은 경기를 했다. 1회 선취점을 뽑았음에도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부진하면서 3회까지 1-4로 밀렸다. 4회에는 1사 1루에서 3루수 황재균이 김태진의 땅볼 때 악송구를 범해 1사 1, 3루가 됐고, 벤자민이 이주형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자 이강철 감독은 벤자민을 내리고 주권을 올렸다. 그러나 주권도 최주환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격차는 1-6으로 벌어졌다.

이날 경기 최대 승부처라고 판단해 벤자민을 빨리 교체했던 KT는 결국 초강수를 뒀다. 혹시 모를 5위 결정전을 위해 남겨놓았던 고영표의 조기 투입이었다. 당초 이강철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고영표가 컨디션 조절을 위해 1이닝 정도는 던질 수 있다고 했지만, 경기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자 고영표를 일찌감치 올렸다. 선발투수로만 뛰는 고영표의 이례적 구원 등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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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주장 박경수(가운데)가 28일 수원 키움전을 마친 뒤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KT 위즈

결과적으로 고영표 카드는 적중했다. 고영표는 4회 2사 1, 2루를 위기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KT는 곧바로 이어진 4회 공격에서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5점을 뽑아 6-6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고영표의 투구도 길게 이어졌다. 게임 중반을 넘겨 9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마지막 이닝에서도 2아웃까지 잡아냈지만, 투구수가 50개 가까이 이르자 KT 벤치는 고영표를 내리고 박영현을 올려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올 시즌 최종전을 10-7로 이긴 KT는 72승2무70패로 최소 공동 5위를 확보했다. SSG가 30일 인천 키움전에서 이긴다면 성적이 같아져 다음달 1일 수원에서 프로야구 최초의 5위 결정전이 열린다. 포스트시즌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가을야구를 향한 전쟁은 이렇게나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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