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소맥 49잔 자랑, 이시바 당선 韓에 호재"…연결 인맥 없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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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을 뭐든 잘 먹고, 화요 소주를 대접했더니 잘 마시더라.”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대사 시절 만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에 대해 29일 이렇게 회상했다. 강 대사는 “연배도 비슷하고 한국에 전향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대사 때 여러 차례 관저에 불러 식사를 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의연하게 잘 대처하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갈등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일 제102대 일본 총리에 오르는 이시바 총재에 대한 역대 주일대사들의 인식은 대체로 비슷했다. 지난달 이임한 윤덕민 전 대사는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고 매우 진지한 사람”이라며 “역사관도 자민당 의원 중 가장 올바르다”고 평가했다. 이어 “면담할 때마다 동북아 정세나 역사 문제에 대해 오래 얘기했다”며 “한국과 협력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주일대사 출신 전직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도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며 “위안부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저서에서 쓴 것처럼 책임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나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가 당선됐으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걱정됐는데, 이시바가 당선돼 천만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소맥' 49잔 자랑도…한국 정말 좋아해"
정가에서도 한국에 유화적인 이시바의 당선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유선호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 대사관에서 조찬을 했는데, ‘소맥 폭탄주’를 49잔까지 마셔봤다고 술 실력을 자랑하더라”며 “한국을 정말 좋아하고 우호적인 말을 많이 했던 게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한 야권 원로 인사도 “상당히 오랫동안 그와 교류했는데, 특정한 파벌 없이 오랫동안 자기 자리를 지켜온 결코 무시 못 할 힘을 가진 인물”이라며 “현재 자민당이 보수 강경파의 입김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차 자기 페이스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지만, 온건파 신임 총리에 기대가 크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공동선언을 했던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전 총리와 같은 길을 걷는 ‘제2의 오부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연결할 마땅한 인사 부재
하지만 대통령실과 이시바를 직접 연결할 만한 핵심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시바는 한·일 정치권을 연결하는 초당적 모임인 일한의원연맹에도 속해 있지 않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여당 관계자는 “12선이나 지낸 정치인이지만, 워낙 비주류이다 보니 현재 그와 정말 친하다는 의원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재계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경제인단체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를 포함해 이시바를 직접 알고 있다는 재계 인사를 들어보진 못했다”며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을 통해 이시바 정권이 산업적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분위기를 파악하는 중”이라고만 답했다.
일각에선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역할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두 전·현직 총리가 이번 총재선 결선에서 이시바를 지지하면서 ‘킹메이커’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시바는 당선 이틀만인 29일 스가 전 총리를 아소 다로(麻生太郎) 전 총리가 맡던 당 부총재에 내정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전 총리는 기본적으로 한·일 관계를 잘해야 한다는 의향이 강하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자신의 큰 치적으로 여기는 기시다 총리도 우리에겐 좋은 자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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