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스라엘 베이루트 주택가 공습.."하마스 전쟁과 무관 단체도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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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폭격당한 레바논 베이루트의 한 아파드.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30일(현지시간)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도심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의 공습 대상이 헤즈볼라를 넘어 중동 무장세력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을 후원해온 이란은 보복 의사를 밝혔지만 외신들은 이란이 분쟁 개입 여부를 결정하기 힘든 딜레마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30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도심 주택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베이루트 주택가의 아파트를 노린 이번 공습으로 이란과 우호관계에 있던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의 지도부 3명이 사망했다. 아울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긴밀한 관계인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단체 자마 이슬라미야 조직원들도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들은 헤즈볼라와는 달리, 중동의 친이란 무장단체인 ‘저항의 축’으로 분류되지 않던 세력들이다.

알 자지라는 “베이루트 도심에 대한 첫 공습으로, PFLP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전쟁과 관계가 없는 단체였다”며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을 공습해 하마스 간부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전날엔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등을 항공기 수십 대를 동원해 약 1700㎞ 거리에 있는 예멘의 후티 반군 근거지를 폭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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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에 인질로 잡인 이스라엘인들의 가족들이 30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협상요구 시위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헤즈볼라·하마스 등을 후원하는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저항의 축’을 차례로 공격하고 있다”며 “레바논을 홀로 남겨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외교부는 지난 27일 나스랄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혁명수비대(IRGC) 장성이 숨진 데 대해 “그냥 지나가지 않겠다”고 보복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란이 딜레마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직접 전쟁에 들어갈 경우 이스라엘의 뒤에 있는 미국의 개입을 초래할뿐더러, 오랜 기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아와 전쟁수행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은 1980년 (미국의 지원을 받은)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재래식 화력이 부족함을 깨닫고 지역 무장 단체에 의존했다”고 설명했다.

중동의 복잡한 역학관계도 이란이 직접 개입을 망설이는 이유로 꼽힌다. 수니파가 주류인 중동에선 비아랍계인 시아파 이란이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나스랄라의 죽음에 “깊은 우려”를 밝히고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도 마찬가지다. 수니파 반군이 점령한 시리아 북서부에선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축제를 벌이기도 했다.

이스라엘에 의해 나스랄라를 포함한 핵심 지휘관 대부분 사망한 상황에서 헤즈볼라 조직 복구도 선행돼야한다. 나스랄라의 후임에 사촌인 하심 사피에딘이 신임 지도자로 추대됐다는 아랍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 관영통신 IRNA는 헤즈볼라가 이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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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EPA=연합뉴스.

당분간 나스랄라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나오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의 한 당국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하메네이는 나스랄라를 ‘아들’로 여겼다”면서 “헤즈볼라가 끝났다는 건 아니지만, (이란이) 헤즈볼라와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공격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이란 역시 어떤 결정인 해야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 “전면전을 피해야 한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겠다”고 했다. 반면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30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협상에 완전히 흥미를 잃고, 헤즈볼라 및 이란과 싸우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네타야후 총리는 나스랄라를 제거한 직후인 지난 28일 연설을 통해 “힘의 균형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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