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올해는 미군 캠프 탄약고서…평화의 선율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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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정 DMZ 오픈 국제음악제 총감독의 기자간담회 장면. 오른쪽은 최재천 페스티벌 조직위원장. [사진 DMZ 오픈 국제음악제]

지난해 7월 27일 뉴욕타임스는 인터내셔널판 1면에 한국의 피아니스트 임미정의 연주 사진을 실었다. 임미정이 강원도 고성의 제진역 철길 바로 옆에 피아노를 놓고 연주하는 장면이다. 그의 뒤로는 대한민국의 최북단인 제진역의 다음 정거장이 북한의 감호역이라는 표기가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보여주기 위해 이 사진을 선택했다.

‘DMZ의 피아니스트’ 임미정이 올해도 남북 접경 지역에서 공연한다. 11월 9~16일 열리는 DMZ 오픈 국제음악제다. 임미정은 음악제의 총감독을 맡아 7번의 공연을 기획했다. 30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지금 전쟁이 진행되고 세계가 먹구름으로 가득해 보일지라도, 우리가 만들어갈 희망찬 운명을 축하하는 공연들”이라고 소개했다. 북한 작곡가 최성한의 ‘아리랑’으로 시작하는 음악제는 베토벤의 ‘운명’이라는 별명이 있는 5번 교향곡으로 끝이 난다.

임미정 감독은 “평화에 대한 운동이 이제 시작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굉장히 오래전부터 평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08년 뉴욕 필하모닉이 지휘자 로린 마젤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연주했던 것을 평화에 대한 노력 중 하나로 꼽았다. 최성환의 ‘아리랑’은 당시 뉴욕필이 평양에서 연주했던 곡이다.

올해로 2회째인 DMZ 오픈 국제음악제에는 ‘탄약고 시리즈’가 추가됐다. 경기도 파주 민간인출입통제선 내의 캠프 그리브스 탄약고에서 열리는 음악회다. 캠프 그리브스는 미군이 50여년간 주둔해 오다 2007년 한국 정부에 반환한 기지다. 음악회는 기지 내의 탄약고에서 6차례 열린다. 임 감독은 “폭탄을 보관했던 장소에서의 음악회가 이 음악제의 철학을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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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정 감독의 지난해 행사를 보도한 뉴욕타임스 1면. [사진 DMZ 오픈 국제음악제]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 뉴욕주립대학교를 졸업한 임 감독은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음악 활동을 계속해왔다. 생명·생태의 중요성을 알리는 ‘그린 콘서트’를 개최했고, 아세안 국가 음악가들의 연합합창단을 만들었다. 2018년에는 강원도에서 DMZ의 생명과 평화적 의미를 알리는 ‘평화와 생명 지역 페스티벌’(PLZ)을 시작했다. DMZ의 바닷가와 철조망을 배경으로 연주 영상 제작도 계속해왔다. 임 감독은 “피아니스트로 연주하면서 생각·논리·역사를 초월하는 내면적 경험을 했다. 음악이 많은 것을 합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DMZ 오픈 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함께했다. 그는 “DMZ는 열대지방의 세렝게티 초원과 더불어 인류 전체에 속한 땅”이라며 “페스티벌에서 학술 행사와 더불어 음악 행사로 이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번 음악제에는 KBS교향악단, 피아니스트 백건우·윤홍천, 소프라노 박혜상 등이 출연한다.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우크라이나의 드미트로 우도비첸코(바이올린), 트럼펫 연주자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도 무대에 선다. 탄약고 연주회에는 현악4중주단 아레테·리수스, 피아니스트 배진우·정규빈,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2·3위의 안나 게뉴시네, 드미트리 초니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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