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화웨이만 남겠네" 엔비디아 몰아내는 中…韓메모리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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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두고 화웨이와 엔비디아 간 전쟁이 시작됐다.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칩 쓰지 말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화웨이가 신형 AI 반도체를 내놓으면서다. 한편 AI 파트너로 중국보다 미국을 택한 중동에 미국이 AI 칩 수출 길을 열어주면서, 한국 반도체의 계산은 복잡해지게 됐다.
中·화웨이 ‘엔비디아 몰아내자’
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영 통신사 차이나텔레콤은 “초거대 언어모델(LLM) 2개를 중국산 반도체 수만 개로 훈련했다”라고 지난주 밝혔다. AI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자립에 다가서고 있다고 자랑한 것이다. 차이나텔레콤은 화웨이의 AI 반도체 ‘어센드’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화웨이는 3세대 어센드 910C의 샘플을 중국 고객사에 발송하기 시작했다. 2세대 칩인 910B(2022년 출시)가 엔비디아 구형 칩 A100(2020년 출시)과 경쟁했다면, 이번에 내놓는 910C는 엔비디아의 중국용 칩 중 최고 사양인 H20과 경쟁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검색회사 바이두와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등이 화웨이의 신형 칩을 사려고 협상 중이다. 모두 엔비디아의 기존 고객들이다.
미국이 대(對) 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을 규제한 이후 엔비디아는 사양을 낮춰 중국 수출용 칩을 따로 만들어 팔아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홍콩 외신들로부터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H20을 쓰지 말라고 권고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에서 개발된 주요 LLM 70여 개 중 절반 이상이 자사 칩 어센드 910B으로 훈련됐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엔비디아 의존도 낮추기’의 최대 수혜자인 셈. 이렇다 보니 중국 공학계에서는 ‘이러다 화웨이만 남는다’라는 독점 우려마저 나온다고 한다. 화웨이가 AI 칩을 팔 때 자사 네트워크 솔루션과 소프트웨어도 끼워 팔기 때문이다.
韓 HBM 시장 영향은
중국에서 벌어진 AI 칩 전쟁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화웨이는 AI 칩 1, 2세대에 각각 HBM2(2세대)와 HBM2E(3세대)를 사용했으며 신형 메모리 사양은 알려지지 않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 차관이 한국산 HBM의 중국 수출 규제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화웨이가 이에 대비해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HBM2E를 이미 사재기해놨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엔비디아의 H20은 4세대인 HBM3를 탑재했는데,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주로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20 중국 판매량이 감소할 경우 한국 메모리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HBM 제조도 자립하려 하지만 기술 격차는 있다. 2026년까지 중국은 2세대(HBM2) 생산이 목표인데, 삼성·SK하이닉스는 내년 6세대(HBM4)를 양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AI 가속기에 반드시 최신 HBM만 탑재하는 건 아니다. 인텔은 지난달 출시한 AI 가속기 가우디3에 3세대(HBM2E)를 탑재했는데, 성능 대비 가격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 닫히니 중동 열리네
반면, 엔비디아 칩의 중동 수출은 보다 쉬워지게 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데이터센터들이 ‘검증된 최종 사용자 자격(VEU)’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는데, 그러면 VEU로 승인된 데이터센터에 칩·서버를 공급하는 기업은 개별 수출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중국의 뒷문이 될 수 있다’며 엔비디아·AMD 첨단 칩의 중동 수출을 통제했다가, 이번에 풀어준 것이다.
이는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만나 양국 AI 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직후 나온 조치다. ‘AI 큰 손 투자자’인 UAE 등 중동 산유국들은 그간 화웨이·바이트댄스 같은 중국 기업과 가깝게 지냈으나, 투자 관계를 끊고 AI에서 미국과 손잡았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서구 반도체 기업에는 중국 대신 중동 시장이 새로 열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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