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韓해상풍력 투자한 비그림 "해외자본 많다? 기술력 높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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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해상풍력 사업에 해외 자본이 너무 많다? 그 자본의 상당 부분이 한국의 산업 생태계로 흘러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면서 선순환을 이룰 거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만난 하랄드 링크 태국 비그림(B.Grimm)그룹 회장은 해외 자본의 한국 해상풍력 사업 참여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이렇게 답했다. 태국의 에너지 기업인 비그림파워는 국내에서 전남 영광 낙월해상풍력 프로젝트에 28% 지분 투자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정부에 5억 달러(약 6600억원) 상당의 투자신고서도 제출했다. 링크 회장은 “(비그림의 투자로) GS엔텍은 유럽 기술을 도입해 해상풍력용 모노파일(터빈을 세우는 기둥)을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해상풍력 시장의 성장 덕분에 많은 기업이 성장 기회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그림그룹은 1878년 독일계 이민자인 베르하르트 그림이 개업한 태국 최초의 약국 ‘시암약국’을 모태로 하는, 태국 최고(最古) 민간 기업이다. 1993년 전력 시장 민영화에 맞춰 비그림파워를 출범했고, 현재 태국·베트남·필리핀 등 10개국에서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한국 법인 설립 후 투자에 적극 뛰어들었다. 비그림이 투자한 100메가와트(MW) 규모의 새만금 태양광 프로젝트는 2022년 준공돼 운영 중이고, 강원 정선의 20MW 육상 풍력은 오는 11월 운영에 들어간다. 총 사업비 2조3000억원의 낙월해상풍력(364.8MW)은 2026년 준공 예정이다.
링크 회장은 한국에 투자한 이유에 대해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라며 “한국은 산업화 수준이 높고, 믿고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사가 많다”라고 말했다. 전남 영광의 낙월해상풍력은 명운산업개발이 주도하고 있고, 포스코·GS엔텍 등 100여개 기업이 기자재 공급 등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 링크 회장은 “포스코는 세계적 철강 기업이지만 중국과의 경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내 해상풍력 시장이 포스코에겐 신규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링크 회장은 또 “한국 기업은 현재 북유럽 등에 비해 해상풍력 관련 기술이 부족한 편인데, 외국 자본 투입으로 투자가 늘면 기술력을 높일 기회가 된다.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산 기자재가 국내 해상풍력 사업에도 밀고 들어올 것이란 우려에 대해 “덴마크가 풍력 터빈으로 우위에 있는데, 한국이라고 (기술 개발을) 못할 이유가 없고 한국인들이 곧 따라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링크 회장은 앞서 독일 벤시스가 개발한 기어리스(gearless) 풍력 발전기용 터빈 공장을 한국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부지 협상 중이다. 기어리스 터빈은 기어 관련 부품이 없는 만큼, 고장이 적고 유지·보수가 쉽다. 링크 회장은 “한국에서 생산한 터빈을 비그림이 일본에서 개발 중인 육상풍력 프로젝트에 수출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밝힌 5억 달러 투자에 이어, 한국에 추가 투자 계획이 있냐고 묻자 링크 회장은 “비그림이 한국에서 추진하는 사업 규모는 총 100억 달러(13조2000억원)”라며 “파트너사와 협의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창업 146주년인 비그림의 기업 철학은 ‘자비를 나누는 것’이다. 이 철학에 따라 태국승마협회 회장사인 비그림은 한국에서도 대한승마협회를 후원하고 있다. 이 공로로 링크 회장은 지난 2월 대한체육회 체육상(우수상-스포츠가치 부문)을 받았다. 외국인이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지난달 21일 서울숲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파크콘서트도 2년 연속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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