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민금융 못 갚은 5만명 상환유예…취약층 소액 빚 감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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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소액 채무 전액 감면’이 신설된다. 30일 이하 단기연체자에 대해서도 원금 일부를 감면한다. 소상공인 금융지원엔 11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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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영세 소상공인·취약 청년 금융지원

2일 금융위원회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민 등 취약계층 맞춤형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일단 정책서민금융(근로자햇살론, 햇살론15, 햇살론유스)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 비정규직 근로자 등에게 1년까지 상환유예 기간을 부여한다. 금융위는 약 5만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본다. 또 일부 상환 애로자에겐 최장 10년의 분할상환을 지원한다.

미취업 청년이나 중소기업 재직 1년 이하 청년만 이용할 수 있었던 정책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유스'의 대상에 창업 청년까지 포함한다. 창업 후 1년 이내의 저소득 청년 사업자도 생계비나 물품구매 용도로 최대 9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청년 등은 2%대의 초저금리 대출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재정으로 은행 이자의 1.6%포인트를 경감하기로 하면서다. 연간 1만3000명이 이자 절감 효과를 볼 예정이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마련한 건 고금리가 지속하는 데다 내수경기까지 부진하면서 금융 취약계층이 받는 압박이 더 커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지원책이 종료되면서 2022년 27조8000억원이었던 신용 하위 20%에 대한 대출액은 지난해 19조7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빚을 갚지 못 하는 대출자는 늘어났다. 채무조정 신청 건수는 2022년 13만8000건에서 지난해 18만5000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원금 면제·감면 대상 확대

원금을 면제하거나 감면하는 채무 조정도 확대할 예정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중증장애인의 경우 500만원 이하 소액 채무를 1년간 상환 유예한 이후에도 갚지 못 하면 원금을 전액 감면한다. 연간 약 1500명의 취약계층이 소액 채무를 면제받을 예정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70세 이상 고령자 중 30일 인하 단기 연체자에 대해서도 최대 15%의 원금을 감면한다. 이전까지 단기 연체자에 대해선 이자를 낮추는 수준으로 지원하는 데 그쳤지만,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원금을 일부 줄여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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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채무조정을 이용 중인 청년이 1년 이상 성실 상환 후 채무액을 일시 상환하는 경우엔 채무 감면 폭을 20%로 확대한다. 상환 인센티브를 강화해 근로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상환 능력이 사실상 없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지원해 채무조정 규모가 크지 않다”며 “자산 형성 목적의 대출을 감면받는 사례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근로자 전환 지원 필요”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도 늘린다. 2022년 7월 발표한 자영업자 맞춤형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41조2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는데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연말까지 11조1000억원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동시에 소상공인의 재기도 돕는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자영업자가 폐업을 준비하는 경우 연금 대출한도의 90% 내에서 기존 개인사업자 대출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한다.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하는 자영업자가 배달플랫폼 참여를 희망하는 경우 신한은행 배달 플랫폼을 통해 이를 지원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소상공인 채무 상환을 유예하는 방식은 한계에 다다랐다. 상환 의지가 있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채무 조정에 나서면서 자영업 구조 개선이 필요한 때”라며 “금융 지원과 함께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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