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월즈∙밴스 TV토론은 무승부…여론조사 41% vs 42%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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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CBS뉴스 주최로 열린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맞붙은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오른쪽)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리더십 때문에 이란은 핵무기에 더 가까워졌다.”
“카멀라 해리스가 한 일은 국경을 개방해 미국에 엄청난 문제를 발생하고 미국인 삶을 파괴한 것뿐이다.”
1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부통령 후보 TV 토론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대리전으로 전개됐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트럼프를,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은 해리스를 때리는 데 집중했다.

이날 뉴욕에서 CBS 앵커 로라 오도넬과 마거렛 브레넌이 진행한 부통령 후보 토론은 네브래스카주 시골 출신의 월즈와 오하이오 소도시 출신 밴스의 ‘미 중서부 흙수저’ 간 대결이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두 사람은 중동전쟁, 기후변화, 이민, 경제, 낙태권, 건강보험, 보육, 대선 불복 논란 등 이슈를 놓고 106분간(광고 포함)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NYT “비교적 정상적인 토론”

다만 상대 말을 자르고 끼어들거나 인신 비방을 하며 언성을 높이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은 자제하고 쟁점별 토론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4년 전 마이크 펜스(공화당)와 카멀라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 토론 때처럼 비교적 ‘정상적’인 토론이었다”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9월 10일 대선 후보 토론에서 해리스와 트럼프가 적대감을 숨기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부통령 후보들은 개인적이고 말단적인 것보다는 정책의 차이에 더 집중하며 예의 바른 토론을 하려 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상대 대선 후보를 공격할 때는 바짝 날을 세웠다. 대통령 후보 간 토론이 합의되지 않으면서 이번 토론이 초박빙 대선의 사실상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만큼 상대 대선 후보 약점을 물고 늘어지면서 자당 대선 후보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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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CBS뉴스 주최로 열린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오른쪽)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변덕스런 트럼프” vs “이란 공격, 해리스 책임”

첫 토론 주제인 중동 문제부터 그랬다.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을 지지하겠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월즈 주지사는 “변덕스러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일 때 이란과의 핵합의에서 탈퇴했다”며 “이란 미사일이 미군 주변에 떨어져 미군 병사들이 외상성 뇌 부상을 입었을 때 트럼프는 트위터에 ‘두통’이라고 썼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을 향해 다가간다. 누구든 가장 아첨하는 이에게 갈 것”이라고 했다.

밴스 상원의원은 “이란이 바이든ㆍ해리스 행정부 덕분에 동결 해제된 자산이 1000억 달러가 넘는데 그 돈을 어디에 쓰겠는가”라며 “우리의 동맹을 상대로 발사하는 무기를 구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임한 4년 동안에는 큰 분쟁을 겪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국경 망쳐” vs “트럼프, 문제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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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CBS뉴스 주최로 열린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진행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민 정책을 놓고서는 밴스 상원의원이 공세를 폈다. 그는 바이든ㆍ해리슨 행정부의 국경 개방 정책 때문에 불법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돼 성매매, 마약 운반 등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며 “해리스는 (대통령에) 취임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지만 진정한 리더십이라면 ‘내가 망쳐놨다. 트럼프의 국경 정책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즈 주지사는 밴스 상원의원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자들이 주민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말한 것을 비판하며 트럼프가 불법 이민 문제의 해결을 원하지 않는 대신 계속 이슈로 두길 원한다고 비판했다.

대선 불복 논란 놓고 충돌

하이라이트는 대선 불복 논란을 다룰 때였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 추종자들이 일으킨 2020년 1ㆍ6 의사당 난입 사태를 거론하며 “대통령의 말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당시 사태 확산의 책임이 있다는 취지였다. 이어 “선거가 끝나고 우리는 악수해야 한다”며 “승자는 승자이어야 하고 선거 불복은 중단돼야 한다. 그것(불복)이 나라를 갈라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밴스 상원의원은 대선 불복을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접근하며 “해리스가 트럼프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몰아가는 등 2020년 대선에 대한 모든 논쟁을 검열하려 한다”고 맞섰다. 그러자 월즈 주지사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진 것을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밴스 상원의원은 “저는 ‘미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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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CBS뉴스 주최로 열린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진행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 주도 이슈인 낙태권을 두고는 월즈 주지사가 공격을 주도했다. 그는 낙태를 금지한 조지아주에서 한 20대 여성이 낙태약 복용 후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례를 들며 “트럼프는 자신이 임명한 연방 대법관들을 동원해 (여성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자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밴스 상원의원은 “트럼프와 나는 친가족 정책을 추구한다. 불임 치료 지원에 전념하고 있다”며 방어막을 폈다.

경제 정책을 놓고도 첨예한 공방이 오갔다. 월즈 주지사는 “트럼프가 부자들에게 감세를 해주겠다고 말했고 실제로 약속을 지켰다”고 비꼬며 “그로 인해 국가 부채는 사상 최대 규모인 8조 달러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밴스 상원의원은 “해리스가 한 일은 식품ㆍ주택 가격을 올려놓은 것뿐”이라며 “해리스가 중산층을 재건할 훌륭한 계획이 있다면 지금 당장 이행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NYT가 이날 둘의 발언 시간을 분석한 결과 월즈는 총 41분 4초를 발언했고 상대를 공격하는 데 9분 19초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트럼프 공격에만 7분 58초를 사용했고 밴스 공격에는 1분 21초를 썼다. 밴스는 총 39분 36초를 발언했는데 상대 공격에 8분 14초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해리스 때리기에 5분 30초를 썼고 월즈 공격에 2분 43초를 사용했다. NYT는 “TV 친화적인 밴스의 능란한 화술과 다소 긴장한 듯한 동네 아재 스타일의 월즈 화법이 대조를 이룬 토론이었다”고 총평했다.

‘밴스 잘했다’ 42%, ‘월즈 잘했다’ 41%

CBS가 토론 직후 전국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체로 대등한 게임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토론 승자가 누구냐’는 물음에 밴스를 꼽은 이가 42%, 월즈를 꼽은 이가 41%였다. 17%는 비겼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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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CBS뉴스 주최로 열린 부통령 후보 토론회 직후 C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토론 승자가 누구냐’는 물음에 JD 밴스 상원의원을 꼽은 이가 42%,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꼽은 이가 41%로 나타났다. 17%는 비겼다고 답했다. 사진 CBS뉴스 홈페이지 캡처

토론 분위기를 두고는 호평이 우세했다. 토론 분위기에 대한 물음에 ‘긍정적이었다’는 답변이 88%로 나타났고 ‘부정적이었다’는 답은 12%에 그쳤다. 극단적인 이념 공세나 원색적인 신상 공격 대신 차분한 태도로 정책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이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자당 후보가 더 잘했다는 평을 내놨다. 해리스 대선 캠프는 성명을 내고 “경제, 의료, 외교정책, 여성 생식권, 총기 사고 등 모든 이슈에서 월즈 주지사가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구체적 평가 대신 소셜미디어 엑스에 “팀 월즈와 나는 국민 주도형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당선되면 모든 미국인을 대표해 정부를 운영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밴스의 완벽한 승리라고 했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잘했다, JD. 우리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 “JD가 압승했다. 월즈는 카멀라처럼 매우 낮은 지능의 재앙이었다” 등의 글을 잇따라 게시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 역시 성명을 통해 “밴스가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역대 부통령 후보 중 최고의 토론이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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