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년반 만에 ‘1%대 물가’…이달 피벗 힘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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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률이 3년 6개월 만에 1%대로 떨어졌다. 채소류 물가가 다소 들썩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초읽기에 들어간 한국은행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6% 올랐다. 2021년 3월(1.9%) 이후 처음 1%대로 내려왔다. 2021년 2월(1.4%) 이후 최저치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2%대)를 밑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가 하향 안정세로 자리 잡는 모습”이라면서도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이상 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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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 2.8%를 기록한 뒤 2∼3월 3%대(3.1%)로 반등했다. 이후 4월(2.9%)부터 다시 2%대로 둔화했다. 8월에는 2.0%까지 떨어졌다. 최근 물가만 놓고 보면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2.6%) 달성이 어렵지 않다.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3.6%)과 비교해도 다소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2.0% 올랐다. 8월(2.1%)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는 1.5%를 기록했다. 8월(2.1%)보다 0.6%포인트 둔화했다.

물가를 식힌 1등 공신은 국제유가 하락세다. 석유류 물가가 1년 전보다 7.6% 떨어졌다. 올해 2월(-1.5%) 이후 처음 내리며 전체 물가를 0.32%포인트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다. 석유류는 각종 공업제품은 물론 에너지 물가 전반에 파급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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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다만 김장철(11~12월)을 앞둔 채소류 물가가 ‘잔불’로 남았다. 배추(53.6%), 무(41.6%), 상추(31.5%), 풋고추(27.1%) 등 채소류 물가가 1년 전보다 11.5% 급등했다. 최근엔 깻잎 가격이 소매점에서 1장당 100원을 넘어서는 등 농산물 물가가 품목별로 들썩인다. 올해 여름 폭염이 길어지며 채소 등 작황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박순연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상추나 시금치는 날씨만 좋아지면 2~3주 만에 (자라서) 가격이 나아질 수 있다”면서도 “배추는 생육 기간이 3개월이라 쉽게 안정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입·조기 출하·할당 관세 등으로 수급을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유가·날씨·공공요금 등 돌발 변수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2% 내외 물가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가 안정돼야 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린다. 시장은 한은이 11일 열릴 금통위에서 2년 가까이 묶어둔 기준 금리(연 3.5%)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 신성환 한은 금통위원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내수 관계만 보면 지금 기준 금리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 부채 증가 등 금융 안정 측면의 위험 신호를 간과하기 어렵다는 것이 한은의 일관된 입장이다.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금리를 내려 물가 하방 압력을 부른 내수 부진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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