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인카트가 동네 돌아다닌다…일본 고령화 마을 살린 자율주행 [넥스트 빅씽, 자율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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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텔레드라이버 알리나입니다.” 지난 7월 독일 베를린 남부에 위치한 스타트업 허브 ‘더 드라이버리’ 차고 앞에서 차에 타자마자 나온 여성의 목소리는 AI가 아니었다. 먼 곳에서 원격으로 차를 조종하고 있는 실제 ‘운전자’ 목소리였다. 독일 스타트업 베이가 개발한 원격주행 솔루션 ‘텔레드라이빙’ 기술이다. 베이의 원격조정실에선 도로 위 차에서 전송되는 화면과 소리를 들으며 텔레드라이버가 원격 주행을 했다.
일본 후쿠이현 작은 마을 에이헤이지초(永平寺町). 지난 7월 방문한 이 곳은 인구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고령화’ 마을이었다. 이곳에는 지난해 5월부터 일본 최초로 레벨4(특정 구간 자율주행) 승인을 받은 자율주행 차가 다닌다. 7인용 무인카트가 마을 초입부터 마을의 유명 사찰인 에이헤이지까지 약 2㎞ 구간을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직접 타본 무인카트는 최대 시속 12㎞를 유지하며 총 3개의 정류장에 정차해 사람을 태웠다.
토요타·BMW·혼다·폭스바겐 등 오랜 기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해 온 완성차 업체들을 보유한 독일과 일본의 고민은 여러모로 겹쳐 있다. 이미 자율주행 서비스로는 앞서 있는 미·중을 어떻게 따라잡을 것인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율주행은 이들에게 고령화·노동력 부족 등 당면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퍼즐조각이다.
지난해 기준 독일과 일본 인구의 각각 23%, 29%가 65세 이상이다. 국제도로운송연합(IRU)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독일 트럭 운전사는 약 8만 명이 부족하다. 일본은 고령층 비율이 높은 지방일수록 대중교통 확보가 절실하지만 경제성이 없어 들어오려는 민간 회사가 없다. 야마무라 도오루 에이헤이지정 종합정책과 과장 보좌는 “이 마을 버스 노선의 3분의 1이 경제성 문제로 운행을 중단한다”며 “이곳에서 자율주행은 ‘된다, 안 된다’의 문제가 아니라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두 국가는 미·중보다 자율주행 상용화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법제화와 정부 차원 프로젝트 등을 통해 기반부터 탄탄히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독일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레벨4를 허용한 ‘자율주행법’을 만들어 자율주행의 책임을 세세히 부여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 주도로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의 사회 보급을 목표로 하는 ‘RoAD to the L4’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까지 50개 지역에 레벨4 자율주행 운행, 2033년까지 전국 일반도로 100곳 이상에 자율주행 차로 도입 등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들도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올해 독일 함부르크 지역에서 실제 승객 탑승이 가능한 레벨4 로보택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차량 부품 및 시스템 공급 기업 셰플러는 대중교통 운전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아이 등과 레벨4 자율주행 셔틀을 개발하고 있다. 올 여름부터 미니밴 ‘시에나’로 도쿄 오다이바에서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하고 있는 토요타는 내년부터 주행 범위를 도쿄 중심가로 넓혀 유료로 운영할 방침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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