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UN연설도 한 제주 걸크러시…"우릴 마지막 해녀로 만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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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수 킴 감독의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은 대한민국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해녀들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연대를 담았다. 오는 11일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애플TV+ 출시에 앞서, 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됐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매일같이 바다에만 살다가 영화에 나와 보니 영광스럽죠.”(박인숙)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애플TV+ 다큐 ‘마지막 해녀들’ #재미교포 감독 "해녀 걸크러시 반했죠"

“옛날엔 해녀란 직업이 너무 천해서 고생도 했는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되고 너무 반갑습니다.”(강주화)
제주 해녀들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이틀째인 3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 재미교포 수 킴(50) 감독과 해녀 강주화‧정영애‧박인숙‧현인홍씨가 애플TV+ 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을 들고 취재진을 만났다.
제주 차귀도 소리 보존회 활동 중인 박인숙‧현인홍씨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이어도 사나’, ‘멜(멸치) 후리는 소리’ 등 전통 노동요 가락에 “물질을 허영, 혼푼 두푼 모인 돈은 서방님 술값에 다 들어가네” 등 애환 어린 가사를 넣은 공연도 펼쳤다.
애플TV+ 공개(11일)에 앞서 부산영화제 와이드앵글 부문에 초청된 이 다큐는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애플TV+가 시대극 ‘파친코’에 이어 한국 역사‧전통문화를 담은 콘텐트다. 60~90대 고령자가 대다수인 제주도 해녀들의 활기찬 공동체 문화와 강인한 삶을 조명했다. 이들은 유튜브‧틱톡을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30대 거제도 해녀들과 뭉쳐 기후변화‧환경오염으로 신음하는 해양 현실에도 목소리를 낸다.

수 킴 "해녀 걸크러시 반해, 일하는 亞여성 첫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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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재미교포 수 킴 감독(왼쪽 세번째)이 다큐 주인공인 제주도 해녀 (맨왼쪽부터) 강주화, 정영애, 이금옥, 현인홍, 박인숙씨와 함께 3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 애플TV+

8살 때 제주도 여행에서 처음 만난 해녀에 첫눈에 반했다는 수 킴 감독은 “해녀는 시끌벅적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걸크러시 집단”이라며 “100년 넘게 한국에 존재해온 문화이자, 아시아의 일하는 여성 첫 세대라 생각한다. 공동체로서 해녀들의 연대감, 대담하고 확신에 가득한 다른 버전의 한국 여성상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1960년대 3만명에 달했던 제주도 해녀는 지난해 기준 4000명 이하로 크게 줄었다. 수 킴 감독은 “10년 전쯤 어머니와 다시 해녀 공동체를 찾아갔다가 84세 해녀에게 ‘해녀는 우리가 끝인 것 같다. 마지막 세대 같다’는 말을 듣고 해녀 이야기를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기존 미디어가 다뤄온 나이 들고도 물질 하는 ‘슬픈 할머니’가 아닌 자신의 일을 즐기는 해녀들의 진면목을 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일본 오염수 방류 맞선 해녀 UN 연설 담아 

다큐엔 기후위기로 해양생물이 고갈되고 해녀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현실도 담았다. 지난해 시작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맞서 72세 해녀 장순덕씨가 스위스 제네바 UN사무국에서 2분간 연설한 여정도 동행했다. “해녀는 바다에 맨몸으로 들어간다” “우리를 마지막 해녀로 만들지 말라”는 해녀들의 외침도 담았다.
수 킴 감독은 “촬영하며 해녀들과 만날 때마다 환경위기가 바다에 얼마나 큰 위협인지 강렬히 얘기하셨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맞서 강하게 싸우려는 의지를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담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37년째 물질을 하고 있다는 현인숙씨는 “요즘은 물건(해산물)이 없다. 소라가 죽어 나뒹굴고 전복도 껍데기만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유네스코 등재됐지만 위험직종 보험 안 돼" 

제주도 해녀 문화가 2016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지만, 지원‧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비판도 담았다. 물질 도중 사고를 당했던 강주화씨는 “해녀는 위험 직종이라 보험가입이 안 된다. 수협에서 해녀들 보험을 들어주지만, 죽어야만 보험혜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녀들은 “바다는 우리 집이다” “다시 태어나도 물질을 할 것”이라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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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에는 최장 2분간 자신의 숨을 참아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의 물질에 대한 상세한 소개도 담았다. 하와이 기반 다이버 겸 촬영감독이 해녀들과 함께 잠수하며 수중 촬영했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이 다큐는 탈레반의 여성 탄압에 저항해 2014년 최연소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파키스탄 여성 교육 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설립한 제작사의 창립작이기도 하다. 수 킴 감독은 “말랄라가 없었으면 다큐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국 섬에 관한 협소한 이야기’란 이유로 투자에 어려움을 겪던 중 말랄라가 참여하며 제작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합류한 A24(‘미나리’ ‘성난 사람들’ 영화사), 애플TV+ 등 제작진 대부분이 여성으로 구성됐다.

최연소 노벨평화상 말랄라 유사프자이 총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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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마지막 해녀들'에는 틱톡, 유튜브 등을 통해 해녀 문화와 기후 변화와 오염에 신음하는 해양 현실을 전하는 거제도의 30대 해녀 진소희(30), 우정민(37)씨도 등장한다. 해녀문화가 젊은 세대에 영감을 주는 부분도 짚어냈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유사프자이는 “행동하는 모계 사회는 흔치 않다”면서 “이 놀라운 노년 여성들(해녀)로부터 영감을 받은 젊은 세대에 대한 흥미로운 모습을 잘 담아냈다”고 의미를 짚었다.
다큐가 지난달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됐을 땐 “해녀가 두려움 없이 헤엄치는 숨 막힐 듯한 장면이 강력하다”(인디와이어) 등 수중 촬영도 호평 받았다. 하와이 기반 다이버이자 스포츠 촬영감독 저스틴 터코우스키가 해녀들과 잠수하며 제주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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