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려아연 반격에,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또 올린 MBK…기관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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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MBK파트너스·영풍이 영풍정밀 공개매수 기한을 하루 앞둔 3일 공개매수가를 기존 주당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다. 전날인 2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MBK파트너스·영풍 측에 3조1000억원 규모의 반격 카드를 제시하자 MBK 측이 재반격에 나선 것이다. 고려아연은 2일부터 영풍정밀 주식을 주당 3만원에 매입하는 대항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당초 4일 끝날 예정이던 영풍·MBK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는 오는 14일까지 연장된다. MBK는 영풍정밀 유통 물량 전체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어서 물량의 25%만 제시한 최 회장 측보다 유리한 입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가 인상은 4일 장 상황을 본 뒤 대응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힌다. 아연 제련 공정에 쓰이는 산업용 펌프와 유·기체 이송 배관용 밸브 등을 제조해 고려아연과 외부 기업에 공급하는 회사다. 지분 35.24%를 보유한 최씨 일가가 경영도 맡고 있다. MBK가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영풍 장씨 일가 지분(21.25%)까지 합쳐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어, 고려아연 지분 1.85%를 우회적으로 차지하게 된다.
양측이 4일부터 다시 지분 확보 전쟁을 시작하면서 기관 등 투자자들이 어느 쪽 손을 잡을지도 주목된다. 다만 최 회장 측인 고려아연 이사회가 2일 자기주식(자사주)을 주당 83만원에 사들이겠다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3.63% 상승(종가 71만3000원)에 그쳤다. MBK·영풍 측이 배당가능이익 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우선 최 회장 측이 2조7000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하면서 배당가능이익 한도가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 총액은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고려아연과 MBK·영풍이 주장하는 배당가능이익의 규모가 다르다.
MBK는 배당이 아닌 특정 용도로 적립된 임의준비금(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으로 변경하려면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이 정관에 따라 올 초 정기주총에서 2693억원만을 중간배당 등 재원으로 남겨뒀으며, 지난 8월 중간배당 지출 이후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 취득이 가능한 금액은 586억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약 6조1000억원 내에서 자사주 취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정관상 중간배당 시에는 임의준비금을 배당가능이익에서 공제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상법·자본시장법에 따른 자사주 매입 한도 산정 방법은 정관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다른 상장사들도 자사주 매입 한도 산정 시 임의적립금을 공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3일 입장문을 내고 “법조문과 판례를 조금만 따져보면 논란조차 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고려아연은 법적으로나 회계적으로 분명하게 6조원 이상의 배당가능이익이 있으며, 이게 진실이라는 데에 대표직을 걸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법적 분쟁을 이어가는 점도 변수다. 전날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영풍 측은 “자사주는 취득 후 6개월 지나야 처분이 가능하므로 공개매수 종료 후 주가가 이전 시세(주당 55만원대)로 회귀하는 경향을 고려하면, 공개매수 프리미엄으로 실질가치보다 높게 형성된 가격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심문기일은 오는 18일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가 중단될 수 있다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이전 신청의 ‘재탕’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서울중앙지법은 영풍 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은 이미 법원이 공개매수 기간 자기주식 취득의 위법성과 배임 소지, 시세조종 등의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K와 영풍은) 같은 이유로 또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일단 시장 불안을 키우고 시간을 벌기 위해 또다시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자자들이 응하지 못하도록 각종 소송제기를 통해 ‘겁박’하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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