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1억원까지 예금자 보호” 논쟁 다시 키운 이재명…“고객 부담 가중” 반론도
-
7회 연결
본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예금보호 한도 상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에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대표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위험성이 극히 높아지고 연체율이 치솟고 있어 만에 하나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벌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은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는 법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예금보호 한도는 2001년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24년째 유지 중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뱅크런 공포가 커지자 예금보호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21대·22대 국회 문턱을 넘진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이 대표가 “여당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 지지부진할 경우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서라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제도 수정 가능성이 커졌다.
예금보호 한도 상향을 주장하는 쪽은 다른 선진국보다 한국 예금보호 한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실제 미국은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 영국은 8만5000 파운드(약 1억5000만원), 캐나다는 10만 캐나다달러(약 1억원). 일본은 1000만엔(약 9000만원)의 예금보호 한도를 정해 두고 있다. 절대 금액으로 해도 한국보다 모두 약 2~6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금보호 한도도 한국은 1.2배 수준으로 높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가 권고한 1~2배는 충족하지만, 미국(3.3배)·영국(2.3배)·일본(2.3배) 등 주요국보다는 낮다.
“예금자 보호한도, 선진국 비해 낮아” “머니무브 촉발 땐 되레 부작용”
예금보호 한도가 낮으면 소비자들이 보호 한도에 맞춰서 여러 은행에 쪼개서 예금해야 한다는 점도 불편함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금자 1인당 평균 약 7.4개 금융사의 계좌를 보유 중이다.
신중해야 한다는 쪽은 한도를 높일 경우 오히려 금융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예금을 옮기는 ‘머니 무브’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제1금융권보다 예금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으로 자금이 쏠릴 수 있다. 실제 금융당국 분석에 따르면 예금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릴 경우 저축은행의 예금이 현재보다 16~2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예금자 보호 효과가 일부 고액 예금자에 집중한다는 점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금융당국 분석에 따르면 예금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면 보호받는 예금의 비율은 현재 51.7%에서 59%로 약 7.3%포인트 상승한다. 하지만 보호받는 예금자 수는 현재 98.1%에서 99.3%로 1.2%포인트만 오른다. 결국 소수의 고액 예금자만 예금보호 한도 상향의 혜택을 누린다는 뜻이다.
반대로 예금보호 한도 상향으로 인한 예금보험료율 상승은 모든 예금자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예금보호 한도를 5000만원→1억원으로 올리면 은행(23.1%)·금융투자사(27.3%)·생명보험사(13.8%) 등은 모두 큰 폭으로 예금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예금보호 한도를 높이더라도 업권별로 한도 상향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4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은행의 보호 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의 보호 한도는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