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모든게 연결된 세상…내가 접한 모든 사람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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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한국 피아니스트 최초로 ‘클래식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그라모폰상을 받았다. 임윤찬은 지난 2일(현지시간) 영국의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 피아노 부문과 젊은 예술가 부문에서 수상했다. 피아노 부문의 상은 올 4월 발매한 쇼팽의 연습곡 24곡을 녹음한 음반으로 받았다.
올해 피아노 부문에는 세 장의 음반이 후보로 올랐다. 그중 두 장이 임윤찬의 것이었다. 지난해 발매된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전곡(12곡) 음반 또한 후보로 지명됐다.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승의 라이브 녹음이다.
이번 수상은 한국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계 전체의 이변이다. 임윤찬이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지 불과 2년이다.
한 연주자의 두 음반이 같은 부문에 올라간 일도 이례적이다. 그라모폰 측은 시상식에 앞서 후보를 소개하며 “임윤찬이 두 장의 앨범을 최종 후보에 올린 것은 놀라운 업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라모폰 측은 이번 수상에 대해 “임윤찬은 경이로운 기술이 뒷받침되는 천부적 재능과 탐구적 음악가 정신을 지닌 피아니스트”라고 평했다.
임윤찬은 3일 중앙일보에 보낸 수상 소감에서 “이런 큰 상은 제 가족, 선생님, 에이전시, 위대한 예술가들, 그리고 제 친구들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제가 태어나서 처음 접한 음악인 부모님의 말투로 시작해 제 눈으로 본 모든 것, 그리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 배운 것, 이 모든 것이 제 음악에 녹아 있습니다.” 그는 또 “저와 제 음악은 제 주변 사람들에게 매우 감사해야 한다. 세상은 모든 것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제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듣고 느낀 것들을 포함해 사소한 모든 것이 표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라모폰상은 클래식 음반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클래식의 노벨상’이라 할 만하다. 영국의 클래식 음반 전문 잡지인 그라모폰이 1977년부터 해마다 시상하고 있다. 대중음악 시상식인 그래미에 비유되기도 하고, ‘클래식의 오스카’로 불리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트 브렌델,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주빈 메타,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 등 각 부문의 역대 수상자가 화려하다. 한국인 음악가 중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1990, 1994년), 첼리스트 장한나(2003년)의 수상 이력이 있다.
임윤찬의 음반은 발매될 때마다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번 수상작인 쇼팽 에튀드 앨범은 임윤찬이 클래식 명문 레이블인 데카와 전속 계약을 맺고 낸 첫 앨범으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첫 인터내셔널 앨범이기도 하다. 이 앨범에 대해 그라모폰은 “유연하고 여유로운 테크닉이 빛을 발한다”고 평했으며, 올 5월의 음반으로 선정했다.
임윤찬은 2일 그라모폰의 시상식에 참석했지만 수상에 대한 별도의 코멘트는 하지 않았다. 대신 리스트의 ‘순례의 해’ 2년(이탈리아) 중 페트라르카 소네트 104번을 연주했다. 그는 11~12월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한 후 한국에 들어와 12월에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과 함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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