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스라엘 공격한 6개 전선, 머리는 모두 이란" [이스라엘 차석대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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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락 샤인 주한이스라엘 차석대사가 2일 서울 종로구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이란이 이스라엘을 미사일로 직접 공격한 것은 벌써 두 번째다. 수년간 (헤즈볼라·하마스 등) 대리세력 뒤에 있던 수장임을 밝히고 지난 1년간 그들이 매우 위험한 국가임을 세상에 보여줬다. 국제 사회가 이란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중요하다.”

2일 서울 종로구 주한이스라엘대사관에서 만난 바락 샤인 주한 이스라엘 차석대사는 이렇게 강조했다. 가자 전쟁 발발 1년을 앞두고 하마스·헤즈볼라·이란과의 분쟁,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 대해 물었다. 대통령의 신임장 제정 전인 라파엘 하르파즈 신임 대사는 외교 관례에 따라 인터뷰를 사양했다.

“전쟁을 끝내려면 이란을 막아야”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200여 발을 쐈는데.  
“이란은 사실상 테러조직처럼 행동하는 나라다. 이란은 이슬람 혁명을 중동 전역에 퍼뜨리고 이스라엘을 제거하려는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 1년간 6개 전선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이란, 가자지구, 레바논, 예멘, 이라크, 서안지구다. 문어처럼 촉수는 많지만 이란이 머리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우리는 이란을 막아야 한다. 미국 백악관은 이란이 하고 있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은 어떻게 보나.  
“이란은 이스라엘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핵 프로그램을 개발해 온 것 같다. 이란의 목표는 핵무기 보유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이 핵폭탄을 손에 넣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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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상공을 날아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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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헤즈볼라, 2006년 유엔 안보리 결의 안 지켜”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한 이유는.  
“지난해 10월 8일 이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쪽 국경을 향해 로켓,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1년간 헤즈볼라가 쏜 로켓은 8000개 이상이다. 그 결과 이스라엘인 40명 이상이 사망했고, 6만 명 이상이 대피해 피난민 생활을 한다. 헤즈볼라를 외교적 해결책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공격은 반복됐다. 2006년 제2차 레바논 전쟁이 끝날 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는 헤즈볼라를 국경에서 북쪽으로 29km 떨어진 리타니강 북쪽으로 철수시킨다는 내용이 있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테러 기반 시설을 파괴하려 레바논으로 들어가는 특수 작전을 수십 차례 했다. 헤즈볼라는 엄청난 양의 무기를 배치했고, 이스라엘 북쪽을 침공하라는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우리가 배운 것은 위협하는 상대방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제안한 헤즈볼라와의 휴전을 거부했는데.  
“이스라엘이 휴전을 거부했다고 말하는 건 잘못됐다. 반대편에 그런 휴전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하던 일을 중단한다면, 더 많은 공격을 자초할 뿐이다. 위협이 국경에 있는 한 우리는 공격을 중단할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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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1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주요 거점에 대한 지상전 개시를 선언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국경 지역에 주둔 중인 한 탱크가 레바논 내 표적을 향해 포를 쏘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을 넘어 지상전에 나선 것은 2006년 이후 18년 만이다. 신화=연합뉴스

“모든 행동은 우리를 공격하는 데 대한 대응”

가자 휴전 협상은 왜 안되나.
“이스라엘에는 하마스에게 끌려간 인질을 데려와야 한다는 것 이상의 합의는 없다(251명이 인질로 잡혀갔고 101명이 억류중이다). 하마스는 시간을 끌기 위해 이런 협상을 이용해왔고, 인질을 보험 카드로 쓰고 있다. 인질을 붙잡고 있는 한, 그들은 이스라엘의 훨씬 더 가혹한 공격을 피한다. 하마스의 목표는 권력 유지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7일 공격을 개시한 처음부터 중동 전면전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했고, 결국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고 했다. 상황 전개는 예측할 수 없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인질의 무사 귀환이다.”
전쟁을 멈추기 위해 이스라엘이 하고 있는 일은 뭔가.
“우리의 모든 행동은 우리를 향한 공격에 대한 대응이다. 공격이 멈추면 우리도 멈춘다. 우리는 그것을 시작한 적이 없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끝나기를 원하지만 반대편 플레이어들은 그것을 연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전쟁을 지속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이스라엘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정부가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내부에선 전쟁 목표와 지난 몇 주간의 조치에 대해 꽤 많은 합의가 있었다. 레바논 공격을 지지하는 야당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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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EPA=연합뉴스

“두 국가 해법? 적이 이스라엘 존재 인정 안 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별개 정부로 공존한다는 ‘두 국가 해법’은 어떻게 보나.
“많은 이들이 두 국가 해법을 이야기하는데 매우 어렵다. 반대편이 이스라엘의 존재가 합법적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많은 사람들은 마치 이스라엘이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는 것처럼 말하나 하마스에게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수 있는지 물었을 때 대답은 분명히 ‘아니요’다. 우리는 그것을 지난해 10월 7일 보았다. 지난 75년간 그들은 우리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국가 해법을 누구와 논한단 말인가? 가자지구에서 효과적인 통제력을 갖고 있지 않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인가 아니면 이스라엘 파괴를 원하는 과격 테러리스트인 하마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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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의 도심 한복판에서 괴한 2명이 돌격소총으로 무차별 총격을 가해 7명이 숨지고 최소 8명이 다쳤다. 텔아비브 총격 현장 출동한 이스라엘 경찰관들. 하마스는 2일 이 총격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AP=연합뉴스

“가자 전쟁 고통, 부정하지 않아”

1년간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사태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다.
“지난 한 해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고통과 파괴를 무시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다. 전쟁은 추악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10월 7일에 일어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자지구 사상자 4만 명 중 민간인 사상자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마스는 무장 세력 피해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죽거나 포로가 된 2만 명의 하마스 무장세력을 무시하기 위한 것이다. (구호단체 피격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구호기관과 이스라엘군 사이에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사상자를 피하려 전쟁 역사상 어떤 군대도 하지 않은 조치를 한다. 시민들에게 직접 전단지, SMS 메시지를 보내 우리가 공격할 곳을 미리 알린다. 하마스가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으나 가능한 인명 피해를 피하려 노력한다. 민간인 사상자가 많은 이유는 적군이 정반대로 행동해서다. 그들은 민간인 밑에 숨어 전쟁범죄를 저지른다. 또 가자지구 기근과 관련, 구호품을 하마스가 훔치고 높은 가격에 가자 주민에게 팔고 총을 채운다. 팔레스타인인을 고통스럽게 만들어 이스라엘에 국제적 압력을 가하는 게 그들의 전략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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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상군 투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도 비슷한 국경 위협…공감·지지해 달라”

10월 7일이 다가오는데 이스라엘 분위기는 어떤가.
“이스라엘은 정말 힘든 1년을 보냈다. 국가적 트라우마를 안고 있지만 희망과 화합으로 미래를 보고 있다. 역사에서 배운 건 항상 다시 일어나 겪은 일로부터 재건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책임은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안전한 삶을 돌려주는 것이다.”
한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국과 이스라엘은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둘 다 비슷한 안보 문제와 국경에 대한 위협을 갖고 있다. 이란을 비난하는 나라들이 많이 있고 한국도 지난 4월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당시 이란을 비난했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 누구에게도 해를 끼칠 의도가 없고 단지 이 땅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이다. 한국 사람들이 이스라엘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우리를 지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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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락 샤인 주한이스라엘 부대사가 2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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