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손열 EAI 원장 "정치적 분열, 외교에도 부담…상대국 악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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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모아 국익을 관철해야 할 때 우리가 안으로 갈라져 있다면 상대국은 우리 국내 분열을 이용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은 4일 '정치 양극화와 외교 정책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국가혁신전략포럼'(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 세미나에서 "외교정책의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한국은 상당한 외교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일 이슈, 정파·당파별로 갈려"
EAI는 지난 8월 26~29일 한국 국민 1006명과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최대허용 표집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 표집은 성별·연령별·지역별 비례할당 후 무작위 추출)를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정치적 양극화 현상이 외교 정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진단했다.
김양규 EAI 수석연구원은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보수와 진보, 그리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외교정책 차이는 한·일 관계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은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안보협력을 지지하며, 강제동원이나 사도광산 문제에 관한 현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일본에 비판적이며 안보협력에 미온적이고, 역사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현 정부의 정책에 대단히 비판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남북 관계, 미·중 갈등, 핵무장 등 이슈에 있어서 정파별로 견해차가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는 한·미 동맹 중시 경향"
실제 한국에 가장 중요한 외교관계를 물었더니 진보층의 42.2%는 한·미 관계를, 41.3%는 남북 관계를 택했다. 한·미 동맹과 남북 관계를 비슷한 수준으로 중시하는 셈이다. 반면 보수층의 경우 64.6%가 한·미 관계를, 23.2%가 남북 관계를 꼽아 동맹을 중시하는 비중이 3배 가까이 됐다.
'미·중 사이 심각한 갈등 발생시 한국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보수층의 57.5%가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진보층은 57.8%가 '중립을 취해야 한다'고 답했다. 관련 회귀 분석 결과를 통해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으며 ▶한·미 관계를 중시할수록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도 진보와 보수의 응답은 엇갈렸다. '대북 정책에서 우선 고려할 이슈'를 이념성향별로 묻자 보수는 '경제 제재'와 '안보 태세 강화'를, 진보는 '교류 확대'를 지지하는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지층 결집에 외교 휘둘려선 안 돼"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도 외교 정책과 여론의 정파별 분열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초당적 의견 수렴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세미나를 주최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 양극화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지만 정책 이념에 따라 외교 전략이 변화한다면 안정적인 외교전략 구현이 대단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분열된 집은 바로설 수 없다"(1858년)는 발언을 인용하며 "초당적인 외교 전략 마련이 중요하며, 특히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는 정파를 초월해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은 "결국 정치에서 풀어야 하고 국회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여야 대토론, 보수와 진보층이 모두 참석하는 공청회 개최 등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인들이 떳떳한 태도로 균형감을 갖는 '중용'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며 "이념적 갈등을 지양하고 공동의 전략을 세우는 일이 특히 외교 정책에선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봉 전 민생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내 정치의 진영 논리가 심화되면서 외교 전략이 힘 있게 세워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치권이 외교 전략에 있어선 정파적 이익을 초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외교에 있어선 국익과 외교적 필요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지지층의 눈치를 보거나 팬덤에 끌려다니는 현상이 외교에까지 영향을 미쳐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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