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자금 의원'도 공천…말바꾼 이시바 日총리에 야유 쏟아졌다

본문

“정치자금 문제 등으로 잃어버린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되찾고, 모든 사람에게 안심과 안전을 가져다주는 사회를 실현해가겠습니다.”

4일 오후 2시 일본 도쿄의 국회의사당. 중의원(하원) 회의에 등장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7) 일본 총리가 첫 국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하자 의원석에선 야유가 쏟아졌다. 지난해 자민당에서 불거진 정치자금 스캔들로 인한 정치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야당 의원 등의 야유는 한동안 이어졌다. 이시바 총리가 총선거 실시, 금융 정책, 자민당 의원 공천 방침 등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 전 공언했던 것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7280372430446.jpg

4일 열린 일본 국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첫 국회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총선거 조기 실시 

이시바 총리의 첫 번째 궤도 수정은 총선거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7) 일본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 기간 중 그는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 실시에 대해 “야당과 토론해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정계에선 11월 이후에야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뒤 그는 생각을 바꿨다. 총리 취임(10월 1일)도 하기 전인 지난달 30일 ‘9월 27일 총선거’를 발표했다. 이례적인 발언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 집행부 설득에 생각을 바꾼 것”이라고 평가했다.

17280372431934.jpg

4일 열린 일본 국회에 참석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가 나란히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금융정책 소신 변화

금융정책에 대한 기류도 달라졌다. 시장에선 이시바 총리가 집권한 뒤 긴축 정책(금리 인상)이 이어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리는 올리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5월 강연)거나 “금리가 건전하게 기능하는 것이 중요하다”(지난달 5일)고 발언해왔기 때문이다.

총재 당선 후인 지난달 30일 주식시장이 개장과 함께 폭락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금리 인상을 하리라는 예측과 함께 당일 닛케이225지수가 전거래일 대비 4.8% 하락했다. 일본 언론에선 ‘이시바 쇼크’라는 말까지 나왔다. 다음날 1일 총리직에 오른 그는 “금융 완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발언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2일엔 한발 더 나갔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와 만난 뒤 “개인적으로 추가 금리 인상할 환경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또 한 번 출렁였다. 닛케이 지수는 전일 대비 소폭(1.97%) 상승했고, 엔화는 1개월 반 만에 1달러당 147엔대를 찍으며 엔저로 돌아섰다.

이를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취임 전 금융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리 있는 세계’를 긍정하온 총리의 발언 변화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런 입장 선회가 ‘선거를 겨냥한 발언’이라며 우려했다. BNP파리바증권의 고노 류타로는 아사히에 “주가 하락이 이어져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 우려가 강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주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자금 의원 공천

17280372433415.jpg

4일 열린 일본 국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첫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장 비판 받는 지점은 비자금 의원 공천 문제다. 총재 선거 당시 이시바 총리는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들을 공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이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비자금 연루 의원의 공천을 원칙적으로 용인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재발 방지 서약서를 제출하면 당 공천과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아시히는 이시바 총리가 이달 27일에 치를 총선에 "새로운 후보를 내세울 시간적 여유가 없어 타협하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비자금 의원 공천 허용 소식이 전해지자 옛 트위터(X)상에선 ‘비자금 의원’이 주요 검색 트렌드로 떠오를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비자금 의원 비공천에 대한 당내 반발이 강해 ‘당내 융화’를 우선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4,112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