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화투 치다 불화, 극단선택 똑같았다…'봉화 살충제' 판박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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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복날 살충제 사건'이 발생한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을 찾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 발생 77일 만인 지난달 30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경북 봉화군 ‘살충제 음독 사건’은 과거 몇 차례 발생했던 음식물 농약 테러 사건과 판박이였다.

8년 전 일어난 ‘농약 소주 사건’처럼 용의자가 숨지면서 사건이 종결됐고, 9년 전 ‘농약 사이다 사건’처럼 화투 놀이 등에서 비롯된 주민 간 불화가 범행 동기로 지목됐다. 또 주로 경북지역에서 발생했다.

‘농약 사이다’ 주민들 “화투하다 다퉈”

경찰에 따르면 농약으로 가장 큰 사상자를 냈던 ‘농약 사이다 사건’은 2015년 7월 14일 오후 2시43분쯤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발생했다. 농약이 든 사실을 모르고 사이다를 마신 할머니 6명 중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 수사 끝에 사이다에 농약을 넣은 범인은 80대 마을 주민 A씨로 드러났다. A씨는 평소 화투 놀이를 하다 다툰 피해자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마을회관 냉장고에 들어 있던 사이다에 농약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2심에서도 같은 형이 선고됐고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결국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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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이 오리고기를 먹고 중태에 빠진 현장인 경북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경로당에서 경북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뉴스1

‘농약 소주 사건’은 2016년 3월 9일 경북 청송군 현동면 마을회관에서 주민 2명이 농약이 든 소주를 나눠마셔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이다. 경찰은 누군가 고의로 농약을 넣은 소주를 김치냉장고에 있던 다른 소주병 사이에 넣은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농약 소주’ 유력 용의자 숨진 채 발견

이 사건 유력 용의자로 떠오른 70대 남성은 사건 발생 약 2주 뒤 농약을 음독하고 자신의 축사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결국 사건은 피의자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지난 7월 15일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살충제 음독 사건 역시 피의자로 지목된 80대 여성이 수사 과정에서 농약을 먹고 숨졌다. 범행 동기 역시 화투 놀이 등에서 비롯된 주민 간 불화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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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경로당 안팎에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마을 주민 대부분이 노인이어서 진술을 통한 수사에 어려움이 있어 수사가 길어지게 됐다는 점도 이들 사건의 공통점이다.

봉화 살충제 음독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은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농촌 지역 마을인 만큼 무너진 신뢰관계 회복이 중요하다고 보고 치유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공동체 신뢰 회복 프로그램’ 진행도

경찰은 이번 사건 피해자에게 전담경찰관과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주선해 주는 한편 피해자·가족 건강검진과 치료비·심리상담 등을 지원했다. 또 경로당 회원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도 했다.

앞서 발생한 청송 농약 소주 사건 당시에도 대구지검 의성지청과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유관기관은 마을 치유 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무너진 공동체 신뢰 회복에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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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경북경찰청 청사 전경. 김정석 기자

이와 함께 경찰은 반복되고 있는 ‘농약 음식물 테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각 자치단체에 노인복지법령과 조례를 개정해 경로당·마을회관 내·외부에 CCTV를 설치하는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노인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농·어촌에 주민 관리 프로그램이나 여가 시설 등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수사당국이 앞으로도 엄정한 수사와 함께 피해 복구,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겠지만, 봉화 살충제 음독 사건과 유사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행정당국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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