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천정배·추미애·박범계, 셋만 썼다…尹도 못한 '수사지휘권'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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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2020년 10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 명령의 효력은 4년이 지난 아직도 유효해 심우정 검찰총장 역시 사건 관련 보고를 받지 못한다. 중앙포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

2020년 10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갈등 관계였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의 지휘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의 역대 세 번째 장관 지휘권 발동이었다. ‘검찰사무를 총괄하는 검찰청 소속 모든 공무원의 지휘·감독자’인 당시 윤 총장이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을 축소·은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장관이 직접 나서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 연결고리를 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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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에 대한 수사지휘 권한을 박탈당했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의 관여를 배제한 추 전 장관의 명령은 후임인 김오수·이원석 전 검찰총장에 이어 심우정 검찰총장에 이르기까지 4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법무부가 검찰청에 내린 명령으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법무부 장관이 재차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복원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해석 때문이다.

다만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등 수차례에 걸쳐 “수사지휘권은 행사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실제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지난 7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 권한 복원을 요청했지만 박 장관은 이 소신을 근거로 거절했다. 이에 심우정 검찰총장도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수사 과정은 물론 처분에 이르기까지 일체 개입할 수 없고, 수사팀이 도출한 최종 수사결과만 보고받는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해 구체적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다. 추 전 장관은 재임 중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비롯해 총 6건의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이는 역대 정부를 보면 극히 예외적 사례였다. 실제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1948년 이인 초대 법무부 장관 이래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장관은 단 3명뿐이었다.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이지만 수사기관의 특성상 무엇보다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이 중요하고, 법무부 장관이 개입이 수사의 독립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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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전 의원은 역대 법무부장관 중 최초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중앙포토

첫 발동은 57년 만인 2005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했다. 천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6·25 전쟁은 북한의 통일전쟁”이라는 칼럼을 쓴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지휘권을 발동해 불구속 수사를 명령했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면서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 후로도 추 전 장관 이전 15년간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장관은 없었다.

검찰총장 시절 ‘추-윤 갈등’ 구도 속 수사지휘 권한 배제를 직접 경험했던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2022년 2월 추 전 장관을 겨냥한 듯 “더 이상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악용될 기회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며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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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의원에 이어 박범계 의원 역시 법무부장관 시절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범계 의원은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 수사 경과와 결과 결정에 대해 검증할 방법도 없고,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였다. 특히 당시 박범계 장관은 “검찰총장(출신)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식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제도이자 장치가 수사지휘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천정배·추미애 전 장관에 이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세 번째 장관이기도 하다. 박 전 장관은 2021년 3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재심의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민주당 대선 패배 직후인 2022년 3월 말 채널A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복원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검토하다가 검찰 안팎의 비판에 포기했다.

검언유착 의혹의 경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피의자인 사건인데 전임자인 추 전 장관이 박탈한 총장의 수사지휘 권한을 복원하려는 건 당시 한 대표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막으려는 목적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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