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춘향이가’와 ‘춘향이는’의 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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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가 간다”와 “춘향이는 간다”는 다르다. 느낌만 다른 게 아니다. ‘가’냐, ‘는’이냐에 따라 문장의 초점이 달라진다. ‘춘향이가’는 ‘춘향이’에 정보의 초점이 맞춰진다. 다음 대화에서 더 드러난다. “누가 가는 거야?” “춘향이가 간다.” 여기선 ‘춘향이’가 정보의 중심이란 걸 알 수 있다. ‘가’는 이럴 때 붙는다.

‘춘향이는’은 ‘간다’에 초점이 있다. 다음에서 확인된다. “춘향이는 어떻게 할 거 같아?” “춘향이는 간다.” 이땐 ‘춘향이’보다 ‘간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 보인다. ‘는’은 이처럼 서술어에 초점이 놓일 때 온다. 다음 문장도 그렇다. “춘향이는 그네를 잘 탄다.” 이 문장의 초점도 춘향이에 있지 않고 ‘잘 탄다’에 있다.

“옛날에 몽룡이와 춘향이가 살았다.” 여기서 ‘춘향이가’ 대신 ‘춘향이는’이라고 한다면 어색하다. ‘춘향이’가 처음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앞말이 첫 정보일 때는 ‘가’를 붙여야 자연스럽다. ‘춘향이는’은 ‘춘향이’가 재등장할 때 써야 어울린다. “춘향이가 살았다. 춘향이는 그네를 잘 탔다.” 둘째로 나오는 ‘춘향이’는 이미 알려진 정보가 된다. ‘는’은 이럴 때 쓰인다.

“춘향이가 그네를 잘 탄다는 걸 몽룡이는 모른다.” 여기서도 ‘춘향이가’라야 자연스럽다. 이처럼 뒤에 오는 절에 안긴 앞의 절에도 ‘가’가 와야 어울린다. “너는 지는 해라면 그는 뜨는 해다”는 부자연스럽다. ‘너는’은 ‘네가’여야 한다. 주체의 행위를 묘사하는 상황에서도 ‘가’가 어울린다. 이때는 주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춘향이가 대표 선서를 하고 있다.” 이렇게 ‘춘향이가’라야 선서 장면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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