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부, 의대생 '조건부 휴학 허용' 최후통첩…의대 6년→5년 검…
-
5회 연결
본문
정부가 증원에 반대하며 9개월간 수업을 거부해 온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을 허용하기로 했다. 단,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이다. 승인 없이 복귀하지 않은 학생은 유급 혹은 제적 처리된다. 교육부가 의대생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했다. 의대생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2월 이후 수업을 거부하며 휴학계를 제출했지만, 교육부는 그동안 정당한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집단 휴학을 허용하지 않았다. 고등교육법상 휴학은 병역·요양·출산 및 육아 외에도 대학이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
이 부총리는 “학생들의 수업 복귀는 저조한 상황이고 대학 현장에서는 교육과정 정상 운영을 위한 새로운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집단 동맹휴학 불허라는 기본원칙하에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미복귀 학생은 내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제한적 휴학 승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내년 1학기 복귀 약속해야 휴학 승인”
이번 대책안의 핵심은 각 대학이 통보한 시점까지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의대생들은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해야 휴학을 승인해준다는 것이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기존에 낸 휴학신청서가 아닌, 개별 학생들을 상담하고 서류 정정하는 과정을 거쳐 복귀 시점을 2025학년도(1학기)로 명기한 경우에만 휴학계를 승인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승인 절차 없이 수업에 들어오지 않으면 학칙상 출석 일수 미달로 유급 또는 제적된다. 처분 시기는 내년 1학기 시작 전으로 전망된다. 심민철 인재정책기획관은 “대학별로 최소한도로 수업받기 위해 돌아와야 할 복귀 시점이 12월 말, 내년 1월 말쯤”이라며 “이후 휴학 의사 확인 절차를 거치면 학년 말(내년 2월)쯤 제적이나 유급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계획대로 올해 휴학한 의대생들이 내년에 복귀할 경우 1학년 입학생과 함께 두 학년이 같은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에 교육 질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비한 내년도 학사 운영 방침도 내놨다. 각 대학이 학칙상 교육이 가능한 최대 정원 수를 미리 반영해 이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했다. 휴·복학 인원이 한 학기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오 차관은 “휴학을 승인할 때부터 인력, 시설 등 교육을 하기 위한 여건이 적절히 갖춰졌는지 복합적으로 고려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의대 교육과정 6→5년 단축 검토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의사 국가시험과 전공의 선발 시기를 유연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교육과정을 현행 6년에서 최대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교육부는 “원활한 의료인력 수급을 위해 교육과정 단축 운영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있었다”며 “의대 6년제는 유지하면서 대학에서 학사 운영을 1년 단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길을 터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각 대학은 이 같은 휴학 승인 방안을 담은 2025학년도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다. 교육부는 계획과 이행 여부를 재정 지원 사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반발 “복귀 서약은 굴복”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방안을 사실상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 동맹 휴학을 이유로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들은 유급이나 제적 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의대생에 대한 불이익을 거론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의대 사정을 잘 아는 한 교육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복귀를 약속하지 않으면 내년 2월에 유급·제적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며 ““의대생이 빠져나갈 앞문, 뒷문을 모두 걸어 잠근 방안”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번 방안으로도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관계자는 “최근 우리 협회가 건의한 휴학 승인은 이번 방안처럼 조건이 걸려있는 게 아니다”라며 “의대 학장들이 격앙돼 있고 협회에서도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 지역 의대 학장은 “내년에 돌아올 걸 일종의 서약서를 쓰라는 셈인데 학생들이 ‘굴복’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일선 학교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국립대 의대 관계자는 “학생 복귀 설득부터 휴학신청서 수정 등 대부분 업무가 학교로 또 넘어왔다”며 “이런 업무를 할 의대 교수들을 설득하는 것부터가 본부 입장에선 쉽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사립대 기획처장은 “결국 또 의대 사태 때문에 원포인트 학칙 개정을 하라는 것인데, 기존 학칙과 배치되는 게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현재는 복귀 전제로 휴학을 승인해 주는 식으로 조건을 다는 게 없는데 우리가 이를 강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