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넥슨·조국·한광옥·최도술…檢, 명품백 불기소에 판례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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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은 공직자 배우자가 수백만 원 상당의 명품백을 받아도 ‘청탁 목적’이 아닌 ‘개인적 선물’이면 현행법상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전례를 남겼다. 검찰도 지난 2일 김 여사 불기소 결정 당시 “수사 결과가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1만1500쪽의 수사 기록에 과거 고위공직자의 금품수수를 무죄로 본 6가지 판례 검토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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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6일 필리핀·싱가포르·라오스 국빈 방문 출국을 위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나와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檢이 들춰본 판례…‘뇌물 무죄’ 진경준·김진모·조국

검찰은 명품백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직무관련성 설명에 가장 공을 들였다.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명품백을 받았을 경우엔 윤 대통령에게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직무관련성 해석을 두고 과거 논란이 있었던 뇌물죄 판례를 들고 나왔다.

첫째가 진경준 전 검사장과 고(故) 김정주 전 넥슨 회장 사건이다. 김 전 회장은 2005~2014년 진 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 4억2500만원 어치, 가족여행 경비 약 4700만원, 제네시스 차량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2017년 12월 대법원은 뇌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뇌물죄가 적용되기 위한 직무관련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수수한 이익이 장래에 담당할 직무와 관련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막연하고 추상적이거나, 장차 그 이익과 관련한 직무를 행사할지 알 수 없다면 뇌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고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두 사람이 ‘단순한 호의 관계에서 주고받은 금품’이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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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준 전 검사장(왼쪽)과 故김정주 전 NXC 회장. 중앙포토

두번째 판례는 김진모 전 이명박 청와대 민정2비서관(전 검사장)의 국가정보원 특활비 불법수수 사건이다. 김 전 비서관은 2011년 4월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입막음하기 위해 신승균 국정원 국익전략실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5000만원을 관봉권(띠지 두른 신권) 형태로 받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5000만원을 “특별사업비 횡령(업무상 횡령)”으로는 인정했지만, “비서관 직무와 관련한 대가성은 없다”며 뇌물 혐의를 무죄로 판결했다. 대법원은 2020년 4월 “법리 오해나 판단 누락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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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 등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이던 2017~2018년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받은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600만원에 대해서도 “직무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 뇌물이 아니다”고 봤다.

검찰은 “성적 우수자도 가계 곤란자도 아닌 딸 조씨가 받은 장학금은 노 전 원장이 부산대병원장 등 고위직 진출을 앞두고 민정수석에게 건넨 뇌물”이라고 주장했지만, 1·2심 법원은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수수자와 공여자 양측이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 즉 고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탁의 대가라는 인식 없이 우호적 관계 유지를 위해 주고받은 금품에 그친다”는 것이다. “부산대병원장 자리는 민정수석실의 직접 인사검증 대상이 아니고, 조 전 수석이 노 전 원장의 지원 의사도 알지 못했다”는 점도 감안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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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뇌물수수 혐의는 1·2심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같은 과거 사례를 명품백 사건에 적용해 불기소 처분을 했다. 검찰은 최재영 목사가 샤넬 화장품과 명품백 등을 건넬 당시인 2022년 6월과 9월에는 구체적인 청탁 현안이 없었고, 양측이 대가관계를 인식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명품백은 김 여사와 우호적 관계 유지 또는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 최 목사 진술 등도 불기소 결론의 근거가 됐다.

‘알선수재 무죄’ 3판례는…벤츠 검사·최도술·한광옥

검찰은 비공무원 신분인 김 여사에게 알선수재 혐의 등도 검토해봤지만 ▶최 목사가 대가성을 부인했고 ▶김 여사가 수락할 알선 자체가 없었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는 비공무원(김 여사)이 공무원(윤 대통령)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해 알선 명목으로 금품이나 이익을 주고받거나 약속했다면 성립한다. 검찰이 제시한 알선수재 무죄 확정 판례는 3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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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벤츠 검사' 사건 당시의 이모 검사(왼쪽)와 최모 변호사. 중앙포토

먼저 청탁금지법 제정 계기가 된 ‘벤츠 검사’ 사건이다. 2010~2011년 이모 검사가 내연남이던 최모 변호사에게 받은 법인카드로 샤넬백·의류·항공권 등을 결제하고, 벤츠 승용차 등 559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것은 뇌물이 아닌 ‘사랑의 정표’라고 법원이 받아들인 사건이다. 대법원은 “검사인 피고인이 내연관계의 변호사로부터 고소 사건의 수사를 재촉해달라는 등의 청탁을 받은 것은 카드를 받고 4개월 뒤, 벤츠를 받고 1년 5개월 뒤”라며 “청탁과 경제적 지원 사이에 대가관계가 없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최도술 전 노무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002~2003년 SK그룹 등으로부터 선거자금 등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은 사건 역시 법원은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고위층에 부탁하여 선처해달라’는 내용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감”이라며 “직무 관련 알선이 아니다”고 봤다. 대법원이 2004년 11월 이를 확정한 판례는 “(구체적 청탁 없이) 잘 보이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준 금품은 알선수재로 볼 수 없다”는 대표 법리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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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술 전 노무현 청와대 총무비서관(왼쪽)과 한광옥 전 김대중·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중앙포토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1999~2000년 나라종금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과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1억1000만원을 받은 사건에서도 “한씨가 국민회의 부총재 시절인 1999년 받은 8000만원은 나라종금 관련 청탁 현안이 없었고, 오히려 고교 선배로서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보이므로 알선수재 혐의는 무죄” 판결이 났다. 대법원은 2005년 7월 앞선 ‘최도술 판례’와 마찬가지로 “추상적이고 막연한 기대의 대가로 주는 금품까지 알선수재로 볼 순 없다”고 이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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