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도의원 사진 보내라" 이게 수원시 공문…공무원 "의전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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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나온 사진 카톡 메시지로 송부해주기 바람.
경기 수원특례시 법무담당관실이 지난 2일 시의 각 부서와 4개 구청 및 행정동, 시 산하기관 직원들에게 발송한 ‘도의원 예우 철저 및 요청사항 알림’ 공문 내용이다. 공문엔 “도의원 초청 행사 시 예우에 철저를 기해 주기 바란다”라며 “업무 추진 시 반드시 이행해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도의원 요청 사항은 ‘사진 송부’와 ‘행사 계획 및 일정 사전 공유’ 2개였다. 공문엔 “행사 주관 부서에서 도의원 참석 행사 종료 당일 해당 도의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행사 참석 사진(도의원이 나온 사진)을 송부해주기 바란다”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공문엔 경기도의회 후반기 의원 현황 자료도 첨부됐다.
공문을 받은 수원시 및 산하기관 공무원 일부는 반감을 드러냈다. 시청 소속 공무원 A씨는 “도의회와 시는 엄연히 다른 기관인데 도의원이 나온 사진을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톡으로 보내라고 하는 건 명백히 의전 갑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 공무원 B씨도 “업무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라고 했었어도 시 공무원 직무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도의원이 요청한다고 전 직원이 보는 공문으로 발송하면서 반드시 이행하라고 한 건 업무 협조 요청이 아니라 사실상 지시”라고 주장했다.
공문을 보낸 시 법무담당관은 정당한 의정 활동 지원이라고 해명했다. 시와 시 산하기관에 공문을 발송한 이유도 도의원들의 정당하고 타당한 요구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시 법무담당관은 “수원 지역 도의원들이 모인 SNS 방이 있는데, 행사에 참석한 도의원들이 찍힌 사진이 있으면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시청 공무원이 3800여명 중 누군가는 갑질이라고 생각한 것 같지만, (도의원의) 요청은 정당한 의정 활동 지원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정작 수원 지역구 도의원들은 사진 송부 요청을 시 차원에서 공문으로 전파했다는 소식에 의아해했다. 전 직원 대상 공문으로 요청 사항이 전파된 건 도의원들의 의사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수원 지역구 한 도의원은 “시 공무원들에게 (도의원이) 나온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으로 보내라고 한 건 요구해서도 안 될 일인데 공문으로 전파됐다는 일이 놀랍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도의원도 “의전 순서에 도의원이 시의회 상임위원장보다 후(後)순위라는 점에 문제를 제기한 적은 있지만,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은 도의원들의 합일된 건의가 아니었다”며 “일부 동료 도의원이 시 행사에서 찬밥 취급을 받는다고 신세 한탄을 한 적은 있었다”고 말했다.
송창석 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은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 광역의회 의원에 대한 예우를 적절히 하자는 취지로 보이나 시와 시 산하 공직자 전체에게 공문을 발송한 건 부적절하다”며 “지나친 의전은 갑질로 비칠 수도 있는 만큼 의정 활동 지원을 적절한 수준에서 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공문 시행보단 전자메일로 업무 협조를 구하거나 회의 석상에서 의논했어야 할 일로 보인다”며 “앞으로 도의원 및 시 공직자 등과 소통을 잘하면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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