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 주이스라엘 대사 "이스라엘, 미 대선 전 상황 변화 원해” [가자전쟁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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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영삼 전 주이스라엘대사(2005년 초대 주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 전민규 기자

가자전쟁이 발발한 지 7일로 1년이 되지만, 중동 정세는 안갯속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서 공관장을 지낸 유일한 외교관인 마영삼(68) 전 주이스라엘 대사(초대 주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도 역임)에게 지난달 26일과 이달 4일 두 차례의 전화 인터뷰로 향후 중동 전망을 물었다.

가자전쟁 1년, 어떻게 보나.
“이스라엘이 하마스에게 기습공격당한 뒤 지난 1년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제거 작전을 펼치면서 하마스 전력을 크게 위축시켰다. 하지만 하마스 수장인 야히야 신와르를 잡진 못했고, 하마스는 어렵잖게 충원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연대하겠다며) 북부를 공격한 헤즈볼라 세력도 분쇄하려 하지만, 헤즈볼라는 하마스보다 훨씬 강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한다면 이란이 이끄는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과의 충돌도 멈출 구실이 되지만, 이 휴전이 쉽지는 않다.”
휴전 협상이 안 되는 이유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극우 세력과 연정으로 묶여 있는데, 극우는 휴전에 반대하고 끝까지 가자고 한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로선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니 협상안을 살리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양측에 잘 먹혀들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맹방이면서도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미국의 간섭도 버텨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꼼짝도 안 한다.”
이스라엘이 정조준하는 이란은 어떻게 보나.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에 대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했지만, 미국과 핵협정을 복원하고 경제 제재를 풀어 국가 경제에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략적 인내로 가고 있다. 이란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핵협정 복원 협상이 물 건너가니 트럼프의 당선을 원하지 않고, 해리스 당선에 도움이 되려면 확전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인내하는 것이다.”
휴전 협상 돌파구가 될 카드는 없나.
“일단 이스라엘 국민 여론과 경제적 어려움이 네타냐후를 압박할 수 있다. 전쟁을 빨리 끝내고 인질을 귀환시키라는 여론, 전쟁 경비 및 예비군 차출 등으로 경제가 어렵다는 여론 등이 네타냐후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 대선 후 새 대통령이 결정되면 그의 휴전 이니셔티브를 네타냐후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전쟁을 빨리 끝낼 것이라고 약속해왔고, 이란 핵 문제도 끝장내려 할 거다.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평화 협상을 조속히 마련하려 하고 이란 핵협정도 복원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핵협정 복원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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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중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집 잔해 밖에서 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향후 중동 평화 전망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저강도 분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눈여겨 볼 것은, 종전 후 재개될 수 있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국교 수립을 위한 협상이다. 사우디와의 협력 관계를 어떻게 도모해 나가느냐가 이스라엘로선 큰 전략이 될 수 있다. 종국적 해결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이다. 성사가 쉽지 않을 테지만, 되기만 한다면 사실상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 분쟁은 원천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당장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다. 이스라엘의 강경파들은 지금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대선 전 그걸 막으려 한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스라엘은 미 대선 전에 상황을 자기 쪽에 유리하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욕구가 강하다.”
중동 상황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이스라엘은 여러 전선이 있음에도 막강한 국방력으로 버티고 있다. 5중 미사일 방공망, 첨단 과학 무기도 갖췄다. 삐삐, 무전기가 폭발하는 걸 누가 예상했겠나. 이스라엘 정보부는 쥐도 새도 모르는 작전을 펼친다. 그런데 모사드는 완전히 정치적 중립인 사실을 우리 정부도 잘 봐야 한다. 또 이스라엘 국민은 어떻게든 자기 안보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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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의 인질 납치 1년을 앞두고 시위자들이 주요 도로를 막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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