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 주이스라엘 대사 "이스라엘, 미 대선 전 상황 변화 원해” [가자전쟁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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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전쟁이 발발한 지 7일로 1년이 되지만, 중동 정세는 안갯속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서 공관장을 지낸 유일한 외교관인 마영삼(68) 전 주이스라엘 대사(초대 주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도 역임)에게 지난달 26일과 이달 4일 두 차례의 전화 인터뷰로 향후 중동 전망을 물었다.
- 가자전쟁 1년, 어떻게 보나.
- “이스라엘이 하마스에게 기습공격당한 뒤 지난 1년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제거 작전을 펼치면서 하마스 전력을 크게 위축시켰다. 하지만 하마스 수장인 야히야 신와르를 잡진 못했고, 하마스는 어렵잖게 충원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연대하겠다며) 북부를 공격한 헤즈볼라 세력도 분쇄하려 하지만, 헤즈볼라는 하마스보다 훨씬 강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한다면 이란이 이끄는 헤즈볼라 등 ‘저항의 축’과의 충돌도 멈출 구실이 되지만, 이 휴전이 쉽지는 않다.”
- 휴전 협상이 안 되는 이유는.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극우 세력과 연정으로 묶여 있는데, 극우는 휴전에 반대하고 끝까지 가자고 한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로선 대규모 희생자가 발생하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불리하니 협상안을 살리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양측에 잘 먹혀들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맹방이면서도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미국의 간섭도 버텨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압박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꼼짝도 안 한다.”
- 이스라엘이 정조준하는 이란은 어떻게 보나.
-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에 대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했지만, 미국과 핵협정을 복원하고 경제 제재를 풀어 국가 경제에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전략적 인내로 가고 있다. 이란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핵협정 복원 협상이 물 건너가니 트럼프의 당선을 원하지 않고, 해리스 당선에 도움이 되려면 확전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인내하는 것이다.”
- 휴전 협상 돌파구가 될 카드는 없나.
- “일단 이스라엘 국민 여론과 경제적 어려움이 네타냐후를 압박할 수 있다. 전쟁을 빨리 끝내고 인질을 귀환시키라는 여론, 전쟁 경비 및 예비군 차출 등으로 경제가 어렵다는 여론 등이 네타냐후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 대선 후 새 대통령이 결정되면 그의 휴전 이니셔티브를 네타냐후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전쟁을 빨리 끝낼 것이라고 약속해왔고, 이란 핵 문제도 끝장내려 할 거다. 해리스가 당선된다면 평화 협상을 조속히 마련하려 하고 이란 핵협정도 복원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핵협정 복원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 향후 중동 평화 전망은.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저강도 분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눈여겨 볼 것은, 종전 후 재개될 수 있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국교 수립을 위한 협상이다. 사우디와의 협력 관계를 어떻게 도모해 나가느냐가 이스라엘로선 큰 전략이 될 수 있다. 종국적 해결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이다. 성사가 쉽지 않을 테지만, 되기만 한다면 사실상 이스라엘과 하마스·헤즈볼라 분쟁은 원천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 다만 당장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다. 이스라엘의 강경파들은 지금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할 절호의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대선 전 그걸 막으려 한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스라엘은 미 대선 전에 상황을 자기 쪽에 유리하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욕구가 강하다.”
- 중동 상황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 “이스라엘은 여러 전선이 있음에도 막강한 국방력으로 버티고 있다. 5중 미사일 방공망, 첨단 과학 무기도 갖췄다. 삐삐, 무전기가 폭발하는 걸 누가 예상했겠나. 이스라엘 정보부는 쥐도 새도 모르는 작전을 펼친다. 그런데 모사드는 완전히 정치적 중립인 사실을 우리 정부도 잘 봐야 한다. 또 이스라엘 국민은 어떻게든 자기 안보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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