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한번 잃어버리면 찾기 힘든 반려묘, 고양이 탐정은 어떻게 찾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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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 552만 시대. 통계로 보자면 4집 중 1집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해요. 이런 추세에 발맞춰 관련 산업도 점점 몸집을 부풀리고, 더불어 흥미로운 직업도 생겼어요. 집을 비운 사이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나 강아지 산책을 대신해주는 ‘도그워커’ 등이죠. 여기에 ‘고양이 탐정’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환경에 민감해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면 숨는 습성이 있어요. 때문에 고양이는 한번 잃어버리면 찾기가 어렵죠. 가족 같은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돕는 전문가가 바로 고양이 탐정이에요.
베일에 싸인 직업, 고양이 탐정에 대해 파헤치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뭉쳤어요. ‘최애’ 동물로 고양이를 꼽는 최은서 학생기자와 꼭 한 번 고양이를 키워보고 싶다는 황민하 학생기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양이 탐정이 활동하는 동물보육원의 문을 두드렸어요. 동물보육원은 전국 77개 지부에서 약 100여 명의 고양이 탐정이 밤낮없이 활동하는 단체예요. 그중에서도 베테랑급인 김정수‧최영철 두 탐정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반갑게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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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서(왼쪽에서 둘째)‧황민하(왼쪽에서 셋째) 학생기자가 고양이 탐정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최영철(맨 왼쪽)‧김정수 고양이 탐정을 만났다. 고양이 탐정이 구조한 고양이를 안은 소중 학생기자단은 “고양이가 계속 움직이는 바람에 촬영이 어려웠지만, 고양이를 안아볼 수 있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은서: 고양이 탐정은 어떤 일을 하나요.
김정수 탐정(이하 김 탐정):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죠. 고양이가 사라진 장소와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고양이가 있을 만한 곳을 추적하면서 주인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요. 고양이의 특성과 행동 패턴을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하고, 목격자 인터뷰나 CCTV 분석도 해요.

민하: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최영철 탐정(이하 최 탐정): 동물보육원 안산지부 최영철입니다. 고양이 탐정으로 일한 지는 2년 됐어요.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전국 어디든 의뢰가 들어오면 달려가죠. 지금까지 50여 마리가 넘는 고양이를 찾아주었는데, 매 순간 큰 보람을 느꼈어요.
김 탐정: 저는 시흥지부 김정수입니다. 1년 차 고양이 탐정으로, 반려묘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 말고도, 위기에 처한 고양이를 구조해 돌보기도 해요. 동물보육원은 실종 동물을 찾아주는 서비스 외에, 동물 구조, 반려동물 위탁 관리, 전문 훈련, 고양이 카페 운영 등 폭넓은 사업을 해요. 기부나 후원에 의존하기보다는, 구조한 동물을 돌볼 수 있는 재정 자립을 목표로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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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육원 시흥지부에는 각기 다른 사연으로 구조된 고양이 스무 마리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은서: 어떤 계기로 고양이 탐정이 되셨나요.
최 탐정: 기르던 고양이를 잃어버린 적이 있어요. 다행히 금세 찾았지만, 고양이를 잃어버리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깨달았죠. 그러던 중 동물보육원에서 고양이 탐정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걸 알고 탐정에 지원했어요. 저와 같은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돕고 싶어서죠.
김 탐정: 반려견을 키우지만, 평소 고양이도 좋아했어요. 유튜브에서 고양이 탐정에 대한 영상을 보고 처음 알았어요. 실종된 반려묘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그 슬픔에 공감하게 됐죠. 동물보육원에서 진행하는 고양이 탐정 소양 교육을 받고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민하: 이 직업은 언제 생겼나요.
김 탐정: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약 5~6년 전쯤이에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아주는 전문가가 필요하게 된 거죠. 반려동물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 일부 나라에서는 고양이 탐정이 더 활발하게 활동한답니다.

은서: 국내 고양이 탐정은 몇 명이 있을까요.
최 탐정: 고양이 탐정으로 활동하는 전문 인력은 약 120명 내외로 추정하는데, 여러 이유로 탐정 활동을 지속하지 않기도 해서 실제 활동 인원은 이보다 적을 거예요.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고양이 탐정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 수가 서서히 늘고 있어요. 동물보육원을 통해 교육받고 활동하는 탐정은 100여 명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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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 학생기자가 장난감을 흔들자 잠자던 고양이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은서: 탐정 자격증이 있나요? 고양이 탐정이 되는 과정이 궁금해요.
김 탐정: 아직 고양이 탐정 자격증 제도는 없어요. 반려동물 관리사 자격증을 발급하는 한국반려동물관리사협회에서 동물 탐정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죠. 저를 비롯한 동물보육원 탐정들은 모두 협회 회원이고요. 현재는 고양이 탐정으로 활동하려면 동물 관련 자격증을 따거나, 동물 관련 업종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야 해요. 고양이 행동학이나 실종 고양이 탐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관련 교육을 듣거나,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다음 고양이 탐정에 지원해 보세요.

민하: 고양이 탐정의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요.
최 탐정: 수익은 의뢰 건수와 난이도에 따라 달라져요. 정확한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적정한 보수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이 일을 하면서 돈보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다시 만난 주인의 기쁨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때론 더 큰 보람이 된답니다.
은서: 직업으로써 전망도 궁금해요.
김 탐정: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 탐정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여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이 직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양이 탐정의 전문성 또한 높아질 거라 예상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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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탐정이 품종묘이지만 파양된 고양이(앞 사진)와 어미와 떨어진 채 시흥지부 인근에서 울고 있다 구조된 아기 고양이 등 시흥지부에서 새 가족을 기다리는 고양이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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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서: 직업으로써 전망도 궁금해요.
김 탐정: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에 고양이 탐정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여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이 직업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양이 탐정의 전문성 또한 높아질 거라 예상돼요.

민하: 잃어버린 고양이는 어떻게 찾나요.
최 탐정: 우선 고양이가 사라진 위치를 중심으로 탐색을 시작해요. 고양이를 본 사람을 수소문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주변 CCTV를 살펴보며 단서를 찾습니다. 그런 다음 고양이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숨어있을 만한 장소를 골라서 수색해요. 이때 좁은 틈인지, 수색 범위가 넓은지 등의 현장 상황에 맞게 내시경카메라·드론과 같은 장비를 적절히 이용합니다.
김 탐정: 특히 고양이는 보통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숨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잃어버린 위치를 시작으로, CCTV와 주민 제보, 보호자에게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고양이의 성향과 행동 패턴을 분석해 고양이가 있을 법한 장소를 빠짐없이 수색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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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이 식당 천정에 숨은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내시경카메라를 동원하고 있다.

은서: 내시경카메라·드론 같은 첨단 장비는 어떻게 이용하나요.
김 탐정: ‘고양이 액체설’이란 말을 들어봤을 거예요. 그만큼 고양이는 머리만 들어가면 비좁은 공간 어디든 들어가려는 본능이 있어요. 출동해보면 천장이나 벽, 기둥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하죠. 이렇게 고양이의 위치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을 땐 내시경카메라가 요긴하게 사용돼요. 산이나 숲처럼 넓은 공간에선 드론이 빠르게 수색할 수 있게 해주죠. 밤에는 야시경의 도움을 받고요.
최 탐정: 최근에는 이런 첨단 장비를 이용해 고양이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열화상 카메라는 어두운 곳이나 숨은 고양이의 체온을 감지하는 데 매우 유용해요. 장비가 발달할수록 보다 빨리 고양이를 찾을 수 있어요.

민하: 고양이 탐정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김 탐정: 서울 노원구에 있는 네일숍에서 급한 전화가 왔어요. 사장님이 다급한 목소리로 “천장 안 고양이 가족을 구조해주세요”라고 의뢰하셨죠. 도착해서 보니 천장 안쪽 끄트머리에 어미와 새끼 여럿이 있는 게 보였어요. 오래된 건물이라 상황은 여의치 않았죠. 천장은 손으로 건드리면 무너질 정도로 얇은 합판인 데다, 안에는 먼지·나사·뾰족한 나무 조각들이 뒤엉켜 구조하다가 자칫 놀란 고양이들이 한꺼번에 뛰면 천장이 무너져 내릴지도 몰랐거든요. 먼저 어미 고양이를 포획한 다음, 새끼들을 구조하기로 했어요. 저희의 마음을 알았는지 어미가 안전하게 포획 틀로 들어가 주었고, 새끼들을 한 마리씩 꺼냈죠. 이렇듯 구조작업은 매번 어려운 환경에서 진행되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큽니다.
최 탐정: 저는 가슴 아팠던 구조 경험이 있어요. 장마철이었고, 한 가족이 고양이를 잃어버렸죠. 처음에 직접 고양이를 찾으려고 노력하다가 시간이 지체됐어요. 결국 저에게 수색을 의뢰했는데, 고양이를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후라 가능성은 희박했죠. 하지만 애타는 마음을 알기에 할 수 있는 모든 장비를 동원해 노력했어요. 결국 찾긴 찾았는데, 저체온증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였죠. 순간, 고양이를 지켜주지 못한 무력감과 의뢰자의 슬픔이 느껴지더라고요. 고양이를 구조하러 갔을 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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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으로 고양이와 교감하는 시간을 가진 민하 학생기자.

은서: 고양이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대처하면 되나요.

최 탐정: 고양이는 환경에 민감한 동물이라 대부분 잃어버린 장소 근처에 있기 마련이죠. 그렇다고 직접 찾거나 잡으려고 한다면, 아무리 주인이라도 놀라서 더 먼 곳으로 달아나 버릴 수 있어요. 만약 거주지에서 사라진 게 아니라면, 잃어버린 장소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서 저희 같은 전문가에게 즉시 연락하시는 게 좋아요.
김 탐정: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을 수 있는 골든타임은 48시간이란 점을 꼭 기억해주세요. 그 시간 안에 고양이 탐정에게 도움을 청하세요. 동물보육원에 문의하면, 가까운 지부의 탐정이 찾아갈 거예요. 저나 최 탐정님을 만날 수도 있겠죠? 의뢰할 때는 실종된 고양이의 특징, 사라진 장소 등을 세세히 설명하면 큰 도움이 돼요.

민하: 고양이 탐정을 꿈꾸는 소중 친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 탐정: 고양이 탐정이 되고 싶다면 기본적으로 고양이의 행동과 패턴에 대해 공부하세요. 잃어버린 동물을 찾아주는 일이기 때문에 체력과 인내심이 필요하고, 돌발 상황이 많아 대처능력도 필수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책임감이 고양이 탐정에게 필요한 가장 큰 덕목이에요. 이런 마음이 있는 어린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예요.
최 탐정: 앞서 이야기해주셨듯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끈기가 필요해요. 진짜로 고양이 탐정을 꿈꾼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항상 관심 갖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미래의 고양이 탐정, 모두 행운을 빌어요!
동행취재=최은서(경기도 행정초 4)‧황민하(경기도 부천동곡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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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보호자로부터 파양됐지만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 제리는 먼저 소중 학생기자단에 다가와 관심을 보였다.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제일 좋아하는 동물이 고양인데, 고양이 탐정을 만난 이번 취재는 더욱더 특별했어요. 무려 두 분의 고양이 탐정을 만났죠. 평소 고양이 탐정에 대한 동영상을 보긴 했지만, 직접 생생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어요. 특히 고양이를 구해주지 못했단 이야기를 들을 땐 제 마음도 아팠어요. 동물보육원에서 탐정들이 구조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행복한 고양이도 만났죠. 색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 고양이와 신나게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더 많은 고양이가 고양이 탐정의 손길을 통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최은서(경기도 행정초 4) 학생기자

평소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길고양이를 쓰다듬어주는 건 왠지 겁이 나더라고요. 이번에 고양이 탐정분들을 인터뷰하고, 센터 내에 구조한 고양이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졌어요. 어느새 두려운 마음이 사라지고, 제가 고양이와 놀아주고 쓰다듬고 있더라고요. 고양이가 귀엽고 순한 동물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고양이와 잘 놀아준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또 고양이 탐정이란 새로운 직업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어요. 고양이를 잃어버리면 찾으러 가는 게 아니라 최대한 빨리 전문가에게 연락하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많이 남아요.
-황민하(경기도 부천동곡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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