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尹 "인프라 20억불 투입, 원전협력"…6·25 파병 필리핀 되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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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부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방문은 이 문장 하나로 요약된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 방문 이틀 차인 7일 마닐라 말라카냥 궁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수교 75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20억 달러가량을 필리핀 인프라 사업에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EDCF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정부의 저금리 공적개발원조(ODA) 기금이다. 관련 사업엔 한국 기업이 우선순위로 참여하게 된다. 필리핀은 6·25전쟁 당시 미국과 영국에 이어 가장 많은 병력(7420명)을 파병했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한국이 과거 필리핀에 진 신세를 정부의 대규모 공적 원조로 갚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뒤 마르코스 대통령과의 공동 언론 발표에서 “필리핀은 6.25 전쟁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병력을 파견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운 고마운 나라”라며 “양국 정부는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 사업들을 한국의 EDCF를 활용하여 추진하기로 하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불 상당으로 EDCF 사업 기준 역대 1, 2위의 대형 개발협력 사업이며 우리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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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필리핀을 국빈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7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루이즈 아라네타 여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을 계기로 경제 및 무역 투자뿐 아니라 원전·에너지·국방· 방산·공급망·해양·디지털 등에서 전방위적 협력을 확대해가기로 했다. 두 정상은 필리핀의 군 현대화 3단계 산업에 한국 방산 기업 참여를 확대하고, 1986년 체르노빌 사태 이후 건설이 중단됐던 필리핀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도 체결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바탄에 인력을 파견해 원전 재개의 필요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중동과 유럽에 이어 동남아 원전 진출에도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외에도 공급망 MOU를 통한 핵심 원자재 관련 투자 정보 교환과 해양협력 MOU에 따른 해상 초국가범죄 대응을 강화하고 지난해 9월 양국이 서명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도 조속히 발효하기로 했다. 최근 한국에 파견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등 고용 협력 확대도 이어가기로 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 방문 계기 한·필리핀 사이에 체결된 MOU는 민간 협력을 포함해 21건에 달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도발과 북·러의 불법적 군사협력을 규탄하고 남중국해 내에서 규칙에 기반한 항행 및 비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언론 공동 발표에서 “마르코스 대통령님과 저는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하고, 북한 비핵화와 안보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마르코스 대통령님께서 우리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셨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양 정상은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안정·안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며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위해 계속 협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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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국립묘지 내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 뒤 필리핀 한국전 참전 용사 및 유가족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마르코스 대통령과 양국 정·재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바탄 원전 타당성 조사 MOU를 계기로, 필리핀과의 원전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필리핀에서도 ‘팀 코리아’가 최고의 원전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김동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필리핀 스타와의 서면 인터뷰에선 “한·필리핀 FTA가 발효되면 무역과 투자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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