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바흐 의도에 가깝게" 첼리스트 문태국, 악기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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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문태국 10월 7일 기자간담회. 사진 크레디아

“줄이 5개인 첼로를 찾아 10시간 운전해 구해왔어요.”
첼리스트 문태국(30)이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6곡 전곡 음반을 발매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그는 이날 모음곡 6번의 가보트를 5현 첼로로 들려줬다. 보통 첼로에 비해 줄 하나가 더 있고 크기는 약간 작았다. 문태국은 “첼로의 8분의 7 정도 사이즈고 ‘피콜로 첼로’라 불린다”고 소개했다.

그는 바흐의 모음곡 6번을 녹음할 때 이 악기를 썼다. “바흐가 5현 첼로를 위해 쓴 곡이다. 거의 모든 첼리스트가 4현 악기로 하고 있는데 5현 악기가 바흐의 의도에 가까운 느낌을 줄 거라고 생각하게 됐다.” 문태국은 “수소문을 해 찾아가 구한 5현 첼로를 밤새도록 연습해 녹음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이 문태국의 두번째 음반이다. 2019년에 바흐 모음곡 1번, 베토벤 소나타 3번, 편곡된 슈만의 작품 등을 녹음했다. 이번에는 바흐의 대작이자 첼로의 경전과 같은 곡을 골랐고 "바흐가 작곡한 그대로의 소리를 살리고 싶었다"고 했다. 1~5번을 연주할 때는 첼로의 4개 줄 중 2개를 바흐 시대의 악기처럼 거트현(양의 창자를 이용한 줄)로 바꿔 끼웠다. 활은 바로크 시대 활을 개량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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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문태국 10월 7일 기자간담회. 사진 크레디아

이렇게 해서 문태국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바흐의 따뜻한 소리다. “거트현으로 연주하면 금속현에 비해 소리가 거친데, 거친만큼 따스함이 있다. 금속현만 연주하며 생각했던 것과 반대여서 신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정제되고 깨끗한 소리를 추구했다면 이제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소리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작곡 당시의 연주 기법을 따르는 정격 연주 쪽으로 관심이 기울어지는 계기였다.

문태국은 2014년 파블로 카잘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연주자다. 젊은 세대의 진취적 첼리스트였던 그가 이날은 “거트현의 매력에서 헤어나오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녹음이 끝나고 거트현을 금속현으로 바꾸면서 마음 한켠이 휑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관심은 학업으로 이어진다. 문태국은 “독일 뒤셀도르프 슈만 음악대학에서 피터 비스펠베이와 이번 학기부터 공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비스펠베이는 원전 연주를 주로 하는 첼리스트다. 문태국은 뉴잉글랜드 음악원, UCS 음대를 졸업하고 줄리어드 음대에서 최고연주자 과정까지 마쳤다. 음악의 옛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그를 네번째 대학 입학으로 이끌게 된 셈이다.

문태국은 바흐 무반주 조곡 전곡을 무대에서도 연주한다. 26일 오후 2시와 8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각 3곡씩을 연주한다. 그는 “녹음할 때와 같은 현의 조합과 활로 무대에서도 연주할 생각이다”라며 “다만 녹음 이후 바흐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이 많아 또 다른 음악을 들려드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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