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누가 K조선 왕이 될 상인가…김동관·정기선 '8조 군함' 맞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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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HD현대의 특수선·MRO 야심

지난달 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Wally Schirra)’호가 정비를 받기 위해 입항했다. 배수량 약 4만t급인 월리 쉬라호는 탄약·식량·수리부품·연료 등을 전투함 등 다른 함정에 보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 함정은 3개월간 거제에 정박하는 동안 거의 해체·분해돼 부품을 수리·교체한 뒤 재조립하는 창정비 작업을 받게 된다. 미군 함정이 유지·보수(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s· MRO)를 위해 국내 조선소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HD현대 그룹도 미 해군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세계 최대 조선소에서 중국에 맞설 동맹을 찾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이 수요에 따라 군함과 상선을 모두 건조하는 유연성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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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조선사들이 함정 등 특수선과 유지·정비(MRO) 시장에 적극 도전하고 있다. 중심엔 한국 조선산업의 대표 라이벌인 HD현대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있다.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3세 경영자인 정기선(42)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41) 한화 부회장의 대결이기도 하다.

◆중국 추격받는 K조선 새 먹거리=국내 조선사들이 특수선과 MRO 사업에 집중하는 건 중국의 영향이 크다. 중국 조선소들은 올해 기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 중이다. 하지만 미국 발주 비중이 큰 글로벌 특수선 및 MRO 시장은 중국과 저가 경쟁을 할 필요 없는, 그야말로 특수한 시장이다.

영국 군사정보 전문업체 제인스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 세계 특수선 시장 규모는 약 1조 달러(약 13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에서 국내 조선사들이 집중 공략하는 잠수함과 수상함 시장이 4분의 1, 약 2430억 달러(약 320조원) 규모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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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함정 MRO 시장의 경우, 올해 전 세계 577억6000만 달러(약 77조980억원) 규모에서 연평균 1.95% 성장해 2029년엔 636억2000만 달러(약 84조9199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며, 한국이 노리고 있는 미 해군 함정 MRO 시장만 20조원 규모(모도인텔리전스)다.

국내 조선소들은 특수선 중에서도 전투함과 잠수함 등 군용 함정 분야에 강하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진수한 함정만 108척. 수출 실적이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1987년 뉴질랜드에 8400t급 군수지원함을 인도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필리핀·페루 등 총 5개 국가에 18척의 함정을 수출했다.

한화오션은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잠수함 사업에 집중해 왔다. 1987년 이후 우리 해군이 발주한 총 24척의 잠수함 중 17척을 한화오션이 건조했다. 2011년에는 인도네시아 잠수함 프로젝트를 따내며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수출에 성공해 국내 조선사 가운데 유일하게 잠수함 수출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 두 회사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수출이다. 미국의 우방인 호주와 캐나다, 폴란드가 주요 대상 국가들이다.

먼저, 호주 정부는 10년 동안 약 111억 호주달러(약 10조원)를 들여 호위함과 전투함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차기 호위함 11척을 구매할 예정이다. 호주 정부는 한국, 일본, 스페인, 독일 등에 참여를 요청해 각국 대표 조선소들이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모두 출사표를 던져 경쟁 중이다. 우선 협상 대상자는 올 연말 발표된다.

캐나다는 러시아와 중국 등에 맞서 북극권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잠수함 12척을 신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잠수함에 강한 한화오션은 장보고-III(KSS-III) 배치-II 잠수함, 무인전력지휘통제함(고스트 커맨더), 잠수함용 리튬전지 모듈 등을 앞세워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오션은 폴란드에도 잠수함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김동관의 한화오션 vs 정기선의 HD현대=특수선 및 MRO 시장에서 한화오션과 HD현대의 경쟁은 김동관(41)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42) HD현대 부회장의 대리전 성격이 짙다. 정기선 부회장은 HD현대 그룹의 핵심인 조선업에서 확고한 1등을 지키며 그룹의 성장세를 이끌어야 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조선업에 뛰어든 김동관 부회장으로선 신사업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비슷한 연배의 3세 경영자로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두 사람의 경쟁에 조선업계는 물론 재계의 관심도 많다.

두 라이벌 기업은 현재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을 두고서도 그룹의 명운을 걸고 싸우는 중이다. 총사업비 7조8000억원에 달하는 KDDX 사업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가 수주했다.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 선정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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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앞으로 두 젊은 오너들의 기 싸움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호주에 이어 캐나다, 동남아시아에서도 함정과 잠수함 등 수주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에서 양사의 신경전은 이미 시작됐다.

방위산업을 그룹의 핵심으로 둔 한화는 함정 MRO에 적극적이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지난 6월 1억 달러에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했다. 국내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오션은 이 밖에 호주 방산·조선 업체 오스탈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미 해군에 선박을 납품하는 방산업체다.

HD현대는 MRO 사업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이다. 한화오션보다 먼저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지만, 수주전에 적극 나서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달 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에 참석해 “함정 사업은 우리가 잘한다”며 “HD현대도 조만간 MRO 사업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금알 낳는 거위? 일본과의 경쟁은?=전문가들은 함정 MRO 사업의 경우 한화오션과 HD현대가 당장 수익성보단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업 초기에는 정비 사업을 위한 신규 투자 등 비용 지출이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승민(예비역 해군 준장) 부산대 초빙교수는 “국내 조선소들이 MRO 사업에서 수익을 보려면 우리가 만든 함정을 수출하고 추후 MRO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MRO 사업에는 다양한 부대 비용이 들어간다. 정비를 위해 입항한 함정 승조원들의 국내 체류 비용까지 모두 MRO 사업을 담당하는 조선소에서 담당해야 하고, 보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미 해군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 보안설비 분야에 추가 투자도 해야 한다.

미 해군에서 특수선 사업과 MRO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미국 미시간대 조너선 페이지 교수는 미 해군의 MRO 외주 사업이 한국 조선소에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조선소에서 감당할 수 없는 함정 MRO 물량을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에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 조선소들은 한국의 가장 큰 경쟁자라고도 분석했다. 일본은 이미 국내 조선소보다 앞서 미국 함정 MRO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기업’입니다. 기업은 시장과 정부의 한계에 도전하고 기술을 혁신하며 인류 역사와 함께 진화해 왔습니다. ‘기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더중플이 더 깊게 캐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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