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하수 찌꺼기 재자원화에 수천억 썼는데…또 돈 들여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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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내 한 하수처리장. 생활 하수에서 오염물을 분리해 처리하고 나면 오염물 찌꺼기인 하수슬러지가 남는다. 사진 수도권매립지공사 유튜브

수도권 하수를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하수슬러지)로 만든 고형연료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매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석탄 정책의 영향으로 연료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 추세대로면 하수슬러지 재자원화를 위해 만든 2000억 원 규모의 시설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수도권매립공사)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매립공사는 현재 하수슬러지 자원화 시설 2개(각 명칭 2단계 시설, 3단계 시설)를 가동해 한해 약 3~5만t(톤)의 고형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고형연료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보조 연료로 쓰이는데, 탄소배출 감축 과정에서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다. 국내 전체 발전사의 고형연료 구매량은 2018년 24만 9598t에서 지난해 10만 7469t으로 5년 만에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애써 만든 고형연료, 수요처 없어 다시 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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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수도권매립공사도 수요 감소의 여파로 한해 170억 원씩 투입해서 만든 고형연료를 또다시 매립하고 있다. 수도권매립공사가 매립한 고형연료는 2019년 193t에서 지난해 1만 4219t으로 4년 새 74배 급증했다. 매립 비용도 2019년 기준 269만 원에서 지난해 4억 2729만원으로 159배나 늘었다.

더 큰 문제는 2000여억 원 규모의 슬러지자원화 시설이 향후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매립공사의 슬러지자원화 2단계 시설과 3단계 시설은 각각 2012년, 2020년에 준공됐다. 각각 사업비만 822억 원, 1272억 원으로 시설을 설치하는 데만 2094억 원이 투입됐다. 이보다 앞서 지어진 1단계 시설은 398억 원을 들여 2007년부터 운영됐는데, 사용 기한이 만료돼 임시로 운영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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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슬러지 자원 수요처 다변화 시급”

슬러지자원화 시설은 바다의 오염을 막고 온실가스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국제사회는 1996년 런던협약 의정서 발효와 함께 폐기물의 해양배출규제(해양오염방지법)을 강화했다. 한국은 2005년까지 국내 발생 하수슬러지의 77%를 해양에 배출해 처리하다가, 2012년 이후 단계적으로 감축해 2016년 이후에는 해양 배출을 전면 금지했다. 또 국내 토양 직매립도 2003년 7월 1일부로 금지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고 토양 오염을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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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슬러지를 고형연료로 만들기 위해 건조 중인 슬러지자원화 3단계 시설. 사진 수도권매립지공사 유튜브

이렇듯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천억 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슬러지자원화 시설을 만들었지만, 그 결과로 석탄화력발전소 연료를 만든 것은 이율배반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2년에 수립된 ‘하수슬러지 처리 기본계획’은 대부분의 하수슬러지를 건조연료로 재활용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 연료를 사용하기 위해 화력발전소의 슬러지 건조물 혼소 사용도 허가했다. 임이자 의원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고형연료의 생산과 매립에 터무니없는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슬러지자원화 시설에 대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형연료의 수요처를 빠르게 다변화하는 등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워낙 슬러지 발생량이 많은 상황에서, 대량으로 슬러지 재활용 자원을 처리할 수 있는 고형연료에 집중해서 생긴 문제”라며 “가축 분뇨와 음식물 쓰레기, 하수슬러지를 같이 섞어서 통합 바이오가스를 만들어 활용하는 쪽에 하나의 출구 전략이 있고, 기술 개발로 경제성이 생긴다면 향후 열분해도 고려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수도권매립공사는 “단기적으로는 신규 민간 발전사와 공급계약을 통해 고형연료 수요처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수도권지역 슬러지의 안정적 처리를 위한 공사 내 슬러지자원화시설 공정개선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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