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천 '칼자루' 잡은 이시바…내일 국회 해산, 총선 체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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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오는 9일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 체제로 들어간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까지 공천 작업을 마무리 지을 예정으로, 자민당을 뒤흔든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된 의원들에 대한 추가 비공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앞서 비자금 연루 의원 가운데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전 자민당 정조회장을 포함해 6명의 현역 의원들을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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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국회 출석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 8일 아사히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지난 5~6일 사이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간사장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선거대책위원장과 회동을 가졌다고 전했다. 이 모임에서 이시바 총리는 오는 27일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 출마할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 기준을 정했다고 한다.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공천’보다 무거운 처분(징계)을 받은 의원, 처분 상태이면서 국회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하지 않은 의원, 현지 지역의 이해를 충분히 받지 않은 의원으로 기준을 나눠, 이 중 하나에 해당할 경우 공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정치자금 보고서에 돈의 내역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의원도 공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면서, 일각에선 이런 내부 방침으로 추가 공천을 받지 못하는 현직 의원이 10명 이상 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눈길을 끈 것은 이시바가 그들 전원을 비례대표와 중복 입후보를 못 하게 한 것이다. 일본 중의원은 한국 국회의원과는 다르게 당으로부터 공천과 비례를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지역구에서 낙선했더라도 비례 대표로 중복으로 공천받은 경우 당선자와의 득표 차가 적은 순으로 비례 대표로 당선이 가능하다. 당의 공천을 받고 비례 자격까지 중복으로 받게 될 경우 당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본에선 이런 의원을 향해 ‘부활 당선’으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 정계에선 이번 공천 기준을 이시바 총리의 승부수로 평가했다.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의원 대부분은 옛 아베파로, 그들의 ‘부활 당선’을 원천 차단했기 때문이다.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심의 판단을 받으란 의미가 깔려있다.

앞서 자민당은 지난 4월 정치자금 보고서에 제대로 적지 않은 중의원과 참의원(상원) 가운데 금액이 500만엔을 넘거나 옛 아베파 간부들 총 39명을 징계했다. 또 45명에 대해선 간사장의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다. 이 가운데 이번 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후보는 약 5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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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오른쪽)이 지난 4일 일본 국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의 ‘공천 살생부’에 옛 아베파는 반발하는 모양새다. 하기우다 전 정조회장 등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된 의원 6명 중 5명이 옛 아베파 출신인 까닭이다. 옛 아베파 사이에선 “다수의 낙선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자민당에 역풍이 불고 있는 데다, 기반이 약해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후보자가 적지 않다. 실제로 이번 총선은 해산일로부터 18일만에 이뤄지는 초단기 승부인 터라 당의 지원 없이 무소속 출마로는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례대표 중복 공천을 받지 못한 의원 중엔 지난 2021년 치러진 선거에서 비례로 ‘부활 당선’한 의원이 9명이나 있다. 이 중 한 명은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이미 출마를 포기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8선) 전 관방장관처럼 지역구 당선과 지역구 낙선 후 ‘부활 당선’을 모두 경험했던 의원이 적지 않은 것도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강력한 야당 후보 때문에 이들 의원들이 ‘당락(当落)’ 선상에 걸쳐있단 뜻이기 때문이다. 자민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상황에선 낙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시바 총리도 부담이 적지 않다. 목표대로 자민당 단독으로 중의원 의석(465석) 중 과반(233석 이상) 차지하지 못할 경우 정권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2021년 당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역시 취임 후 중의원 해산을 통해 정권 기반을 다진 바 있는데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단독으로 261석을 확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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