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 선박 10대 중 7대 중국산…K조선은 “초부가가치 기술”로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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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10척 중 7척은 중국에서 건조된다. 양으로는 승부를 내기 어렵다. K조선은 미래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8일 영국 조선해운시황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글로벌 선박 수주 누계는 4976만CGT(표준선 환산톤수) 1733척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3631만CGT)보다 37% 늘어났다.
이중 한국의 수주량은 872만CGT(점유율 18%)이고, 중국은 3467만CGT(70%)에 달한다. 한국은 2018년 한 차례 중국을 앞선 이후 매년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다. 올해 수주한 선박 수에서 한국(201척)은 중국(1222척)의 6분의 1도 안 된다.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한자릿수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이 달라졌다. 산업연구원은 “중국 조선업의 가치사슬 종합 경쟁력이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을 앞섰다”는 보고서를 지난 5월 내놓은 바 있다. 연구개발(R&D)·설계, 조달, 생산, 유지보수·서비스, 수요 등 5개 분야의 종합 점수를 산출했을 때 중국은 90.6점, 한국은 88.9점이었다. 기술력과 인프라를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R&D·설계, 조달 분야만 한국이 앞섰다.
조선업은 ‘축적의 시간’이 중요한 산업 중 하나다. 중국은 손이 많이 가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벌크선·유조선·컨테이너선을 중국 선사 중심으로 수주하며 기술력을 쌓아왔다. 조선업 불황 때도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 하에 군함을 건조하며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다. 최근엔 높아진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 수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비상이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중국보다 경쟁력 있는 선종은 가스운반선 뿐이다. 컨테이너선은 이미 동등한 수준이 됐고, 유조선·벌크선은 중국의 우위가 더 공고해지고 있다. 최근 조선업 호황 이유 중 하나가 에너지 전환으로 LNG(액화천연가스)·LPG(액화석유가스) 등 운반선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인데, 한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인 이 시장에서도 중국과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1위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2위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의 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키우기 위해서다. 두 회사가 합병되면 수주 잔량 기준 세계 조선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전세계 친환경 선박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국내 조선업계가 친환경·고가 선박 위주로 기술 격차를 확대하는 데 전념하는 이유다. 한화오션이 최근 수주한 LNG-FSRU(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가 대표적이다. LNG-FSRU는 천연가스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지역이나, 육상 설비 건설이 어려운 곳에 별도의 대형 투자 없이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선박이다. 일반 LNG운반선보다 평균 1억3500만달러(약 1816억원)이상 선가가 높아 ‘초고부가가치 선박’ 중 하나로 꼽힌다.
선박 전동화 시대에 대비한 미래 기술력 확보도 활발하다. HD현대는 ‘선박용 대용량 저압 드라이브’(LV VFD)를 국내 첫 개발하며 축 발전 시스템의 모든 부품을 자체 기술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이날 밝혔다. 축 발전 시스템은 선박 추진용 대형 엔진의 회전 동력 일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인데, 그중 VFD는 모터의 회전 속도를 조절해 전력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장비다.
전문가들은 관련 산업의 가치사슬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과거 국내 조선업계가 배를 만들어 파는 데만 집중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며 “한화가 에너지·방산 등 그룹 포트폴리오에 조선(한화오션)을 끼워넣고, HD현대가 애프터마켓(HD현대마린솔루션) 사업에 진출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같이 가치사슬을 폭넓게 확장해야 K조선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배만 만드는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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