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7시간 기다려 '3분40초' 답했다…국감장 불려간 기업인 159…

본문

17284187047394.jpg

국정감사 시작을 하루 앞둔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관계자들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부터 막을 올린 2024년 국회 국정감사가 예년보다 더 많은 증인을 채택하면서 ‘혼쭐 국감’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개 국회 상임위원회는 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6일간 802개 부처·공공기관·공기업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예산·입법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경제·문화·과학·방송 등 민간 영역도 다루는데, 이를 위해 증인·참고인을 출석시킨다.

중앙일보가 8일까지 증인 명단을 확정한 15개 상임위를 분석한 결과 일반증인으로 채택된 470명 가운데 현직 기업 총수나 임원 등 기업인은 159명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채택된 기업인 증인 95명보다 1.6배 늘어난 숫자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오는 기업인은 2020년 63명, 2021년 92명, 2022년 144명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증인 채택은 상임위에 속한 개별 의원이 신청하면 여야 간사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하지만 “일단 불러놓고 보자”는 심리 탓에 기업인이 무작정 증인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는 특히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기업인 증인이 36명으로 가장 많았다. 망 사용료, ‘인앱결제’(자체 앱스토어 내 결제서비스) 등과 관련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책임자가 대상이었다. 7일 국정감사에선 디지털세와 국내 이용자 차별이슈로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이, 딥 페이크 문제 관련해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요금 관련해선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정책법무총괄이 출석했다.

17284187048812.jpg

정근영 디자이너

8일에는 KT 최대주주가 현대차그룹으로 변경된 건에 대해 김영섭 KT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해 질문을 받았다. 10일 국정감사에는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와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이 출석해 각각 하청업체 도산과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사고 관련 질의를 받는다.

국회 정무위가 부른 기업인 증인은 31명이었다. 한화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을 묻기 위해 21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증인으로 소환된다. 17일에는 계열사 합병 문제를 묻기 위해 김민철 두산그룹 사장을, 신사업 물적 분할 관련 의혹을 묻기 위해 강동수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10일 열리는 정무위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전임 회장 인척비리),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부당해고), 이석용 NH농협은행장(지배구조) 등 금융인이 대거 출석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현재까지 기업인 17명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견·중소기업 교란행위 관련해 정재훈 현대차 사장이, 카카오택시 수수료 관련 질의를 위해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 각각 24일과 25일 소환됐다. 산자위는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파트너스·고려아연 회장을 7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이들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소환에 불응했다.

이밖에 행정안전위(22명), 국토교통위(18명), 환경노동위(17명),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15명)도 기업인 증인을 다수 채택했다.

국정감사 증인을 부르는 건 국회가 국정 감시를 위한 증거수집 수단 중 하나다. 필요한 경우 증인을 증언대에 세워 발언을 청취하고 사실 여부를 가려내는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 그러나 이런 취지에 부합하기보다는 불러세우기식 수단으로 변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실제로 전날 과방위 국정감사에선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이어지면서 현장에 자리한 글로벌IT 기업인 상당수는 거의 질문을 받지 못했다.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은 오후 2시에 출석한 뒤 7시간이 지난 오후 9시에야 처음이자 마지막 질문을 받았다. 그의 답은 3분 40초에 불과했다. 인앱결제 수수료(33%)에 대한 여당 의원의 질타에 “위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거의 전부였다.

1728418705034.jpg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앞줄 왼쪽부터), 안철현 애플코리아 부사장, 김수향 네이버 뉴스서비스 총괄전무, 허욱 페이스북코리아 부사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수많은 기관을 국정감사 하다 보니 국회가 수많은 증인을 일단 불러놓고 보는 상황”이라며 “국회 스스로 국정감사를 상설화하거나, 피감기관을 적절히 배분하는 등의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4,907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