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색 콘텐트 앞세운 편의점의 변신…백화점 턱밑까지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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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CU홍대상상점에 마련된 '라면 라이브러리'에서 한 직원이 라면을 진열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체험형 특화 매장을 속속 열며 매장을 찾는 고객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편의점이 체험 콘텐트를 갖춘 이색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매장 찾는 고객 발길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오프라인 소비 점유율에서 백화점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편의점 업계가 ‘이색’ 전략으로 백화점을 뛰어넘을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각 편의점이 체험형 특화 매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U는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에 라면 특화 매장 ‘CU 라면 라이브러리’를 열었다. 국내·외 인기 라면 230여 종과 즉석 조리기를 구비한 것이 특징이다. 이곳의 라면 판매량은 하루 평균 약 500개에 달한다. CU는 전국의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라면 라이브러리 매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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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GS25 그라운드블루49점'에서 한 고객이 아이스크림 로봇을 이용하고 있다. GS리테일은 해당 점포를 리테일 테크 상용화를 위한 실험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사진 GS리테일

GS25는 스마트 기술 체험 편의점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GS25 그라운드블루49점’이다. 피자·커피·아이스크림 로봇과 솜사탕 기계, 포토 카드 인화 기계 등을 갖췄다. GS리테일은 해당 점포를 리테일 테크의 상용화를 위한 실험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편의점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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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동대문던던점. 패션·뷰티 특화 매장인 이곳은 일반 매장보다 30% 더 많은 패션·뷰티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은 패션·뷰티 특화 매장을 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서울 중구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동대문던던점은 일반 매장보다 30% 더 많은 패션·뷰티 상품을 갖췄다 지난 6일까지 스트릿웨어 브랜드 ‘뭉’의 후드티 등 패션·뷰티 상품을 300개 가까이 팔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동대문던던점은공간 경험, 놀이경험 등 새로운 경험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첫 신호탄”이라고 했다.

이색 상품으로 즐거운 소비 경험 늘린다

편의점 업계는 공간 재구성뿐만 아니라 이색 상품 출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즐거운 소비 경험을 늘려 고객을 모으는 전략이다. GS25는 이달 말 넷플릭스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출연 요리사와 협업한 ‘편수저 시리즈’를 출시한다. ‘이모카세(이모+오마카세)’ 김미령 셰프의 보쌈 수육, ‘철가방요리사’ 임태훈 셰프의 마라샹궈 등이다. CU는 12일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의 밤 티라미수 컵을 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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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서 화제가 된 '밤 티라미수'. 사진 유튜브 캡처

식품사의 인기 상품과 협업한 이색 상품도 있다. 이마트24는 지난달 롯데웰푸드의 과자 쌀로별을 전통주로 만든 쌀로별 막걸리를 내놨다. 롯데웰푸드의 바닐라 아이스크림 빵빠레를 과자로 만들고, ABC초콜릿은 핫초코로 변형해 출시하기도 했다. CU는 CJ제일제당의 만두·맛밤 등을 활용한 빵을 출시했고, GS25는 팔도비빔국수, 동원맛참정찬도시락 등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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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24와 롯데웰푸드 협업해 출시한 이색 상품. 롯데웰푸드의 인기 상품인 의성마늘햄, 빵빠레 아이스크림, 쌀로별 과자 등을 활용했다. 사진 이마트24

편의점의 이색 전략은 소비 경험의 즐거움을 강조해 고객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색 공간과 이색 상품을 찾아온 소비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 자발적인 마케팅 효과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현대인은 일상 소통 소재로 소비 경험을 많이 다루기 때문에 소비가 일종의 놀이가 됐다”라며 “오프라인 판매점은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어 온라인 쇼핑이 채워주지 않는 욕구를 충족시켜야 고객을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바짝 쫓는 편의점 

편의점이 오프라인 소비 채널로 주목받자 업계 1위 백화점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매출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편의점의 매출 비중은 16%로 백화점(16.6%)에 이어 오프라인 업체 2위였다. 두 업태 간 매출 비중 차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에서 0.6%로 줄었다. 편의점은 지난 2021년 대형마트를 앞서며 오프라인 2위 유통 채널로 올라섰고, 줄곧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업계에선 둔화한 내수 상황이 편의점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본다. 불경기엔 편의점에서 장을 보거나 식사를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기 때문이다. 상반기 매출 증가율도 편의점(5.2%)이 백화점(3.1%)과 마트(0.7%)를 앞섰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경기를 덜 타는 업종이기 때문에 상반기에 선방할 수 있었다”라면서도 “소비 침체 상황에서 고객을 모으기 위해 특화 매장이나 이색 협업 상품 등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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