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이 최근 5년간 희망퇴직금으로 6조5000억원 이상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수익으로 역대급 영업이익을 이어가는 은행권이 과도한 퇴직금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14개 은행은 2019년부터 지난 8월까지 총 6조5422억원을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이 기간 14개 은행에서 희망퇴직한 직원은 총 1만6236명으로, 1인당 평균 4억294만원의 희망퇴직금을 받아갔다. 희망퇴직금은 법정퇴직금과 별도로 추가 지급하는 돈으로 특별퇴직금, 자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등이 포함된다. 일부 은행은 건강검진비나 상품권을 지원하기도 했다.

박경민 기자

가장 많은 희망퇴직금을 지급한 건 한국씨티은행이다. 씨티은행은 2021년 한 해 2130명의 희망퇴직을 받았고, 1조2794억원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금액 역시 6억68만원에 달하면서 주요 은행 중 가장 많았다. 일부 직원은 7억70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KB국민은행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323명에게 1조2467억원을 지급했다. 1인당 3억7519만원꼴이다. 하나은행이 2454명에게 8518억원(1인당 3억4709만원), 우리은행이 1940명에게 8078억원(1인당 4억1640만원), 신한은행이 1954명에게 6727억원(1인당 3억4429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1인당 희망퇴직금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iM뱅크(옛 대구은행)는 326명에게 1512억원을 지급해 1인당 희망퇴직금이 4억6391억원에 달했다. 1인당 금액으로 씨티은행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부산은행 역시 1인당 평균 4억1296만원의 희망퇴직금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수익 대부분은 이자에서 나온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거둔 이자이익은 총 41조388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은 영업이익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천 의원은 “이자수익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시중은행의 퇴직금 잔치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