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강 "상 중요하다고 생각 안해"…노벨상 수상에 과거 발언 재조명 [한강 노벨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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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5월 24일 소설가 한강이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열린 맨부커상(Man Booker Prize)수상 기념 및 신작 『흰』 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박종근 기자

“상은 책을 쓴 다음의 아주 먼 결과잖아요.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설가 한강이 2016년 5월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고 난 뒤 귀국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노벨문학상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한 대답이다.

당시 한강은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듯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지금 쓰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을 한국 작가 최초로 받은 뒤에도 기자회견에서 “노벨문학상이 가까워졌다고 보나”라는 기자 질문에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가당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한강은 『작별하지 않는다』를 완성한 순간이 소설을 써오면서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고 꼽았다. 그는 “쓰는 중간에 완성 못 할 것 같은 고비도 많았고, 편집자에게 못 쓰겠다고, ‘죄송하지만, 완성 못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며 “완성하기까지 7년이 걸렸는데, 제겐 상 받은 순간이 기쁜 게 아니라 소설 완성한 순간이 가장 기뼜다”고 떠올렸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이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최고권위 문학상인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뒤 5년 만인 2021년 펴낸 장편소설로,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에 가서 어머니 정심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어간다는 내용이다.

그는 “정심의 마음이 되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아침에도 정심의 마음으로 눈뜨려 하고 잠들 때까지 ‘정심은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되뇌며 그 뜨거움과 끈질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고 말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014년작 장편 『소년이 온다』와 4·3의 비극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한강은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에 천착해왔다.

한강은 “(현대사의 비극을 다룬 소설은) 이렇게 두 권을 작업했는데, 이제는 더는 안 하고 싶다”며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눈이 계속 내리고 너무 춥고, 이제 저는 봄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밝은 얘기를 써보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러면서 차기작에 대해 “생명에 관한 소설”이라고 힌트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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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발표했다.

앤더스 올슨 노벨문학상 위원장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발표하면서 “한강은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이날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그의 작품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강은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시아 여성이 노벨문학성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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