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름 전부터 수위 세졌다…'탄핵' 얘기 안했다는 이재명 말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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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끌어내려야” 발언이 엿새째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인천 강화 유세에서 “선거를 못 기다릴 정도로 심각하면 도중에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이 대표는 9일 부산 유세에서 “탄핵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며 “(탄핵은) 다 때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구질구질하다”(한동훈 대표)는 등의 반발이 여전하다.

①탄핵 언급 없었나

이 대표가 대표 연임에 성공한 8월 18일 전당대회 이후 그의 발언을 전수조사한 결과 ‘대통령 탄핵’이란 단어를 직접 말한 적은 없었다. 이 대표는 8월부터 9월 중순까지는 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는 등 협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9월 말부터는 ‘심판’ ‘책임’ 등의 표현을 집중적으로 썼다. “국민 경고를 무시하면 더 엄정하게 심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9월 23일 최고위), “윤석열 정권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혼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9월 24일 전남 곡성 유세)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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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특히 그는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고사성어를 적었다. 중국 고전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나오는 내용으로 공자가 노나라 애공을 만나 “무릇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한다. 국민이 지도자를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정치권에선 사실상 대통령 탄핵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발언 수위가 세지는 것에 대해 친명계 중진 의원은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평소 지론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9월 말 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재판에서 중형 구형을 받은 직후 발언이 세진 것이라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②왜 물러섰나

이 대표 발언을 놓고 정치권이 술렁이자 친명계 지도부는 “이 대표 발언은 대의민주주의 일반론”(김민석 의원), “민주주의 기본 원칙”(김병주 의원)이라고 해명했다. 여권에서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구호”(한동훈 대표), “탄핵 폭주”(나경원 의원)라는 등의 반발이 터져 나온 직후다. 이 대표의 해명은 여론이 어느 정도 환기된 이후인 9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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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민석 최고위원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전략적으로 치고 빠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이 이 대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탄핵이란 단어를 먼저 언급해 국민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상을 어느 정도 줬다는 것이다. 이후 실효를 얻었다고 판단해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이다.

이 대표가 발을 뺀 것은 탄핵의 현실적 요건이나 그 파장과도 무관치 않다. 헌법 65조는 대통령 탄핵 요건을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명시했다.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 사실이 없는 상황에서 탄핵론을 앞세우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보니 후퇴했다는 것이다.

③과거엔 어땠나

이 대표가 탄핵을 염두에 두는 듯한 발언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자신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단식을 하면서 “링 위 선수가 잘못하면 끌어내리는 게 민주주의”라고 했다. 22대 총선을 한달 앞둔 지난 3월에는 “우리 국민은 촛불을 들고 현실 권력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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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촛불집회 초기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이 대표가 정치적 입지를 키운 것도 탄핵과 밀접하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10월 민주당 진영에서 가장 먼저 “박근혜 퇴진”을 외쳐 주목받았다. 그는 2017년 저서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우리는 불의한 권력을 무너뜨리면서 두려움을 극복해왔다”고 썼다.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는 “이 대표의 탄핵 뉘앙스를 가진 발언은 여론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의도가 강해 보인다”며 “탄핵을 위한 임계점이 찼다고 판단하면 이 대표가 드러내놓고 탄핵론을 앞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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