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강 이펙트’...한국문학 세계로 비상할 날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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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간 세계 문학의 변두리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한강 작가의 소설이 불티나게 팔리고, 이 관심은 다른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까지 번지고 있다. 이른바 ‘한강 이펙트(효과)’가 국내외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 한강’은 누가 될 것인가에도 관심도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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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 대형 서점 포일스 채링크로스점 언어 섹션에 한국 소설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특별코너가 설치된 가운데 독자들이 한국어책 서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한국 문학의 가장 큰 사건은 2016년 한강의 부커상 수상이었다.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영국 부커상 수상의 효과는 대단했다. 이를 계기로 외국 문학계가 한국 작가의 작품을 다시 보기 시작했고, 해외 독자의 관심도 급격히 올라갔다. 지난 12일 한국문학번역원 자료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이후 8년간 한국 작가들은 국제문학상(만화상 포함)에서 31차례나 수상했다. 2017년엔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이탈리아 말라파르테상을 받았고, 2018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이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김혜순은 2019년 『죽음의 자서전』으로 캐나다의 그리핀 시문학상을 차지했다.

노벨상 수상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임팩트가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앞으로 한국 문학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전세계 문학 편집자가 주목할 것이다. 세계인이 BTS의 음악을 아는 것처럼, 문학계에도 전세계가 아는 ‘삼성전자’가 생긴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은 날, 일제 강점기를 그린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최고문학상인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 작가도 “한국인들의 깊고 뜨거운 영혼이 세계에서 통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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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강 작가가 부커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노벨문학상에 관심이 높은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각지에서 한강의 책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주요 서점에서는 따로 ‘한국문학 코너’를 마련해 자국 언어로 번역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출판계에 따르면 아직 번역되지 않은 한강 작가의 책을 번역하겠다는 의뢰도 이어지고 있다.

호들갑 아니다. 지금 세계의 관심은 ‘한국’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작품의 높은 문학성이 가장 큰 이유지만 그 사이 부쩍 높아진 한국 문화의 세계적 위상도 배경에 있었다. 노벨문학상은 다른 분야 상에 비해 정치적 의도가 크게 개입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적으로 어떤 지역에 대한 관심을 촉구할 필요가 있을 때, 그 지역의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해온 작가에게 상을 주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따라서 한강 작가의 수상은 “현재 세계의 관심이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장은수 대표)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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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국 베이징시 중심가 한 서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작품 코너. 전날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서점 한 가운데로 재진열했다. 사진 이도성 특파원

외신들도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로이터 통신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며 “풍부한 저변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학은 그간 일본이나 중국 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이번 수상으로 “K컬처가 K문학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FP도 “아카데미에 이어 TV드라마와 K팝 스타들이 세계 시장을 점령했고, 이제는 노벨문학상마저 (한국이) 가져갔다”면서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문을 연 한류가 BTS 등 K팝 스타의 팬덤으로 힘을 얻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도약해 어엿한 세계 문화 속의 ‘메이저’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정여울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의 작품은 한국 사회의 깊은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고, 그 상처와 아픔을 세계가 공감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강 이어갈 작가는 누구?

그렇다면 한강 작가에 이어 앞으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게 될 작가는 누굴까.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문학평론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아시아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세계 문학계의 흐름”이라며 “탄탄한 실력을 갖춘 한국 여성 작가들의 활약을 기대할 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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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한 김혜순 시인이 지난 2022년 14번째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문학과지성사

이번 노벨문학상에서 한강 작가와 함께 유력 후보로 꼽혔던 사람은 미국과 유럽에서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김혜순 시인이다. 김 시인은 지난 5월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으며 2022년에는 영국 왕립문학협회의 국제작가로도 선정됐다.

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년 영국 부커상 국제부문과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작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8년 소설 『홀』로 미국 셜리 잭슨상을 받은 편혜영, 2021년 『밤의 여행자들』로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아시아 작가 최초로 수상한 윤고은, 재일조선인의 삶을 그린 『파친코』로 2017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던 이민진 작가 등도 해외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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