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 대선 막판 ‘해리스 위기론’ 확산…“바이든과 차별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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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를 3주일여 남겨둔 12일(현지시간) 다수의 현지 언론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해리스 위기론’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선거의 마지막 순간으로 접어들면서 해리스는 여러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세하게 앞서고 있지만, 분위기 전환의 흐름이 심상치 않단 의미다. WP는 그러면서 해리스의 가장 큰 한계점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들었다.

해리스는 후보로 나선 뒤 줄곧 ‘미래’와 ‘변화’를 화두로 제시했다. 바이든에 대한 부정적 평가 비율이 6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다. 그러나 해리스는 최근 ABC 인터뷰에서 ‘4년간 바이든과 다르게 했을 것 같은 일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생각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이는 사실상 스스로 ‘바이든의 아바타’임을 시인한 말로 해석됐다.

WP는 스스로 공화당에 가깝다고 느끼는 유권자가 민주당 유권자보다 많아진 선거지형도 해리스에게 불리하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4일 갤럽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공화당과 정치적 정체성이 유사하다고 답한 비율은 48%를 기록해 45%인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또 유권자들이 경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던 2000년 이후 4번의 선거에선 경제정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쪽이 낙선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다. 이번 선거 역시 경제가 핵심인데, 경제정책 선호도는 46% 대 41%로 공화당이 더 높다.

이번 선거의 승부처는 7개 경합주(Swing State) 중에서도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펜실베이니아다. 그런데 최근 공화당 지지 입장을 밝힌 등록 유권자의 증가세가 민주당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분석 사이트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에 따르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펜실베이니아에서 등록된 민주당과 공화당 등록 유권자 수의 차이는 68만6000명이었지만, 현재 격차는 32만5000명으로 절반이 됐다. 2020년 대선 때 바이든과 트럼프가 얻은 득표율 격차는 1%포인트에 불과했다.

해리스 캠프는 10억 달러(약 1조3440억원)의 선거 자금을 모아 매일 750만 달러를 광고 등에 투입하고 있다. 260만 달러를 쓴 트럼프를 3배 앞선다. 이에 대해 더 힐은 “막대한 자금력이 왜 해리스를 확실한 선두로 끌어올리지 못했는지 의문”이라며 “해리스가 2차 토론을 계속 요구하는 점도 막판 판도를 바꿔야 할 필요성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해리스의 지지율 정체 배경에 대해 “흑인 유권자들의 결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NYT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흑인 유권자의 78%가 해리스를, 15%는 트럼프를 각각 지지했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이들이 민주당에 각각 92%와 90%의 일방적인 지지를 보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막판 지원 유세에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지난 10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흑인 남성들을 향해 “여성을 대통령으로 두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온갖 핑계를 대며 주저하고 있다”고 ‘호통’에 가까운 연설을 한 것도 흑인 지지자 결집에 실패하고 있음을 시사한 말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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