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내 관객 사로잡은 일본 애니 감독 “한국 본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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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백’은 세계적인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단편 만화를 원작으로, 만화를 사랑하는 두 소녀 후지노와 쿄모토의 우정과 성장을 그렸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AI(인공지능) 기술이 사람 손을 대체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AI가 흉내 못 낼 작품을 만들고 싶었죠.”

초등생의 손때 묻은 4컷 만화부터 밑그림 선이 그대로 살아있는 캐릭터 묘사까지, 만화를 향한 두 소녀의 열정을 새긴 일본 애니메이션 ‘룩백’이 개봉(9월 5일) 한 달여 만에 26만 관객을 사로잡았다. 흥행을 기념해 내한한 오시야마 키요타카(42) 감독을 11일 서울 메가박스 성수에서 만났다. 세계적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원작을 그가 각본·캐릭터 디자인까지 겸해 극장판으로 연출했다. 그는 “스튜디오에만 처박혀 만든 작품이 외국에서도 사랑받으니 얼떨떨하다.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에는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흥행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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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야마 키요타카

원작이 2021년 일본 온라인 만화 플랫폼 소년점프+에서 300만 넘는 조회 수를 올렸다. 어떤 점이 독자를 사로잡았나.
“창의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 아닌가. 창작자인 주인공에 대한 공감이 첫째 이유다. 또 요즘 이해 불가능한 사건·사고·재해가 잦아 사람들의 좌절감이 쌓였다. 원작은 그 좌절감을 스스로 구제하려는 동기에서 그려졌고, 독자도 구원감을 느낀 게 아닐까. 애니메이션은 구원 자체에는 초점을 맞추진 않았다.”
그럼 어떤 점에 중점을 뒀나.
“주인공들의 심리, 특히 비극을 겪고도 계속 작품을 해나가는 후지노의 창작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초등생 시절 후지노와 등교 거부 중인 쿄모토의 첫 만남 장면에서 감정 묘사가 풍부하다.
“그 장면이 18초나 된다. 책상에 앉아 만화 그리는 장면이 많은 ‘룩백’에서 감정이 가장 다이내믹하게 폭발한 장면이라 가능한 한 많은 에너지를 담으려 했다. 후지노가 라이벌 쿄모토에게 인정받은 뒤 느낀 환희를 물웅덩이를 차고 점프하는 등의 대량 원화 작업으로 표현했다. 직접 스튜디오에서 달려보고, 거울로 내 표정을 참고하고, 물방울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다른 작품과 차별화한 어려운 기법으로, 애니메이터의 존재를 대변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
밑그림 선을 그대로 살려 만화책을 옮긴 듯한 그림체를 구현했다.
“원화의 밑그림은 기존 애니메이션 작업 과정에선 당연히 지운다. AI 기술이 사람 손을 대체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인간이 그린 선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AI 기술로도 밑그림을 남길 수 있지만, 본질적인 부분은 흉내 내지 못한다.”
할리우드 3D 애니메이션 강세 속에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비결은.
“일본 애니메이션은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중적 작품도, 골수팬을 위한 작품도, 다채롭게 나온다. 또 애니메이션 장인은 기본적으로 프리랜서다. 여러 스튜디오의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기 때문에 노하우 공유가 쉽고, 다채로운 재능이 모여 훌륭한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 다만 일본 경제가 활력을 잃고 인구도 매년 60만명씩 감소하면서 애니메이션 쪽 투자가 줄었다. 한국은 애니메이션 등 영상 분야에 국가 지원이 많다고 들었다. 일본도 한국을 본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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