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제2의 한강' 가능할까…내년 기초예술 지원 34억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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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박종근 기자

한강 작가가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운데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기초예술 지원사업 예산이 일부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술인들의 생계가 갈수록 열악해지는 현실에서 ‘제2의 한강’을 키워내기 위한 기초 체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13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2025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문화체육관광부 관할 사업 중 ‘기초예술역량강화’ 예산이 올해 1845억원에서 내년 1811억원으로 34억원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술인의 복지와 예술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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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특히 내년 전체 문체부 예산이 올해 대비 1669억원 증액된 점을 고려하면 기초예술에 대한 지원은 정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작 정부 정책 홍보를 위한 ‘국정홍보기획’ 사업 예산은 427억원에서 429억원으로 증액됐다.

세부 사업별로 살펴보면 ‘예술인 창작안전망 구축’ 사업이 올해 874억원에서 내년 828억원으로 46억원 줄었다. 예술인의 직업·창작역량 강화, 권리보장 환경 조성, 예술인 기초생활보장 등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전체 기초예술 지원사업 중 비중이 가장 크다. 저금리로 전세자금이나 생활안정자금을 빌려주는 예술인 생활안정자금 사업을 운용하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운영비도 여기에 포함된다.

‘예술의 산업화 추진’ 사업도 301억원에서 267억원으로 34억원 삭감됐다. 예술산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예술인 맞춤형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다만 주요 문학 관련 기관·단체 행사 지원 등을 위한 ‘예술창작활동 지원’ 사업(22억원), 장애인 예술인 지원을 위한 ‘함께누리 지원’ 사업(17억원) 등은 증액됐다.

문제는 예술인들의 생계가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체부가 3년 주기로 하는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예술인의 예술활동 평균 수입은 연 695만원으로 나타났다. 3년 전인 2018년 조사(1281만원)보다 84.3%나 줄었다. 특히 문학 분야로 한정하면 평균 수입은 449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겸업을 하는 예술인은 전체의 44.9%로, 3년 전(42.6%)보다 2.3%포인트 늘었다. 이들의 76.3%는 예술 활동 외 직업에도 종사하는 이유로 ‘소득 문제’(낮은 소득+불규칙한 소득)를 꼽았다. 작가노조 준비위원회가 올 4월 출판 작가 46명을 대상으로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월 평균 비용은 142만원으로 나타났다. 식비·의료비 등 필수 비용(63만원)을 제외하면 79만원으로 생활과 창작 활동을 이어가야 했다.

정부는 2020년부터 시행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를 통해 이들의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출판 작가들은 이마저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호소한다. 안명희 작가노조 준비위원은 “고용보험법상 예술인이 문화예술 용역계약을 맺는 경우 가입할 수 있는데, 출판사가 먼저 의뢰한 책을 집필한 경우가 해당한다”며 “대부분은 작가가 글을 써서 출판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는데, 이 경우엔 용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 고용보험 가입을 거부당한 작가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예술인에 대한 직접 지원과 사회 안전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 위원은 “정부 지원이 줄어들면 현실적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작가들이 많다. 출판 산업에 대한 지원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글을 쓰는 작가들에겐 수혜가 얼마나 돌아갈지 의문”이라며 “고용보험 범위를 늘릴 뿐만 아니라 산재보험 가입도 허용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역량껏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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